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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철학자대회 개막… 조직위원장 김혜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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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철학자대회 개막… 조직위원장 김혜숙 교수

입력
2008.07.2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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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남성 중심성을 극복하자는 여성주의 철학의 이념을 실현하는 동시에 서구 중심으로 전개돼왔던 여성주의 철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7일부터 사흘일정으로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여성철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인 김혜숙(54)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서울대회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1980년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첫 대회가 열린 뒤 취리히, 하이델베르크, 빈, 베를린, 보스턴 등 유럽과 미국의 도시를 오가며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비서구권 도시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 학문의 식민화 탈피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사로 세계 각국에서 100여명의 여성 철학자들이 참가한다.

김 교수는 “아시아에서 여성철학회가 조직돼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우리 여성 철학계가 아시아 여성철학의 의제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아시아 여성철학의 의제를 만들 것인가? 김 교수는 “엄격한 유교 사회였던 우리 사회에서 유교문화와 여성의 관계, 또한 여성이 주도했던 기층문화인 무속신앙에서의 경험 등이 철학적 테마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주제를 다수의 우리 여성 철학자들이 발표한다”고 소개했다.

대회의 주제는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 . 그는 “두 주제는 때로 잘 맞기도 하고, 때로는 긴장 관계에 놓이기도 한다”고 운을 띄운 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서로 다른 문화,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강자ㆍ다수ㆍ주류의 억압에 대한 약자ㆍ소수ㆍ비주류의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는 만난다.

하지만 갈등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는 좋은 예로 이슬람 이민자를 받아들인 1980년대 프랑스를 들었다. 일부다처제를 용인하는 이슬람문화를 프랑스사회가 “그들의 문화”라며 용인하다보니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강조하는 여성주의자들의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그는 “동남아와 러시아 여성, 조선족 여성, 탈북 여성 등 역사ㆍ문화적 경험이 이질적인 여성들의 문화를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할 것인지, 이들과 다른 경험을 가진 기존의 한국 여성들이 어떻게 소통할지의 문제는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진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번 대회에서는 성형수술, 다이어트의 일상화 등 급속한 자본주의화에 따라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려는 극대화된 욕구를 여성의 시각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줄기세포 연구에서 여성의 난자기증에서 보듯 기술발전의 도구로만 여성의 몸을 보는 과학정책에 대해 여성이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등 현실과의 접점에 있는 여성주의 철학의 중요한 주제들이 논의된다.

대회 기조강연은 여성주의 이론으로 푸코를 비판한 로지 브라이오티 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 교수, 여성주의와 인종철학에 정통한 린다 마틴 알코프 미국 시러큐스대 교수, 아프리카와 젠더연구 전문가인 알베르틴 능고이 벨기에 ‘루멘 비테 국제연구소’ 교수 등이 맡았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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