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고시원 화재 사고 희생자와 부상자는 중국에서 돈 벌러 온 형제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회초년생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하게 일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25일 새벽 화재로 호흡기에 중화상을 입고 용인 서울병원에 입원한 조선족 동포 이철균(42)씨는 “캄캄한 복도에서 형(이철수ㆍ44)의 손을 놓친 게 마지막이 됐다”고 오열했다. 형제는 6㎡ 남짓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자다가 비상벨 소리에 복도로 뛰쳐나간 뒤, 우왕좌왕하다가 생사가 엇갈렸다.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 둔화시가 고향인 이씨 형제는 올해 2월 입국한 뒤, 이 고시원의 월 37만원짜리 방 한 칸을 얻어 지내왔다. 형제 모두 용인 인근 아이스크림 공장에 취직했으나, 철수씨는 ‘고된 일에 비해 벌이가 시원찮다’며 최근에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해 왔다.
철균씨는 “형은 중국에 형수와 아들(21)과 딸(16)을 두고 왔는데, 아직 연락을 하지 못했다”며 “조카에게 ‘돈 벌어와 편안하게 해주겠다’던 아버지가 숨졌다는 소식을 어떻게 전하라는 말이냐”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 직후 용인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가 25일 오전 11시 숨진 권순환(26)씨 빈소에서도 가족과 친구들의 오열과 흐느낌이 이어졌다. 막내 아들의 부상 소식을 전해 듣고 충북 단양에서 황급히 달려온 어머지 박모(58)씨는 권씨가 뇌저산소증으로 끝내 사망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한때 실신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권씨가 고시원에 온 것은 한 달여 전. 서울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용인 자동차 부품회사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친구 김모(26)씨는 “회사에 기숙사가 있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 고시원에 들어갔다”며 “순환이가 고향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용인에 온 것이 좋다고 말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권씨의 매형 표승길(36)씨도 “처남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홀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말해 왔다”며 “불과 한 달 전 새로 취직해서 이불과 옷가지를 보내 달라고 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냐”고 울먹였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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