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의 외환은행 인수절차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99% 인수가 확정적이며, 이르면 9월쯤엔 최종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5일 브리핑을 통해 “론스타와 HSBC 간에 체결된 국제적이고 민사적인 계약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며 “HSBC의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 보유승인 신청(인수승인신청)과 관련된 심사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HSBC가 승인 신청자료를 새로 보완하는 대로 심사할 것”이라며 “최종 승인여부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봐가며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말하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시점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1심 판결이 내려지는 때다.
1심 판결에 따른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다. 그 중 무죄가 선고될 경우와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론스타의 개입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2가지 경우에는 금융위는 큰 고민 없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방침이다.
문제는 론스타가 헐값매각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그러나 이 경우에도 HSBC가 론스타를 인수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는 지적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면서 보유주식을 팔고 나가면 되고, 이를 HSBC 측에서 사들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인수승인심사를 재개하는 것’과 ‘승인하는 것’은 별개문제라며, 최종승인에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HSBC는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한 판결을 서두르고 있어 1심 판결이 9월 중에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외환은행 매각은 이르면 9월, 늦어도 올해 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가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론스타가 연루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심의를 보류한다’는 원칙을 갑자기 뒤엎고 판결 전 승인심사절차를 재개한 것과 관련, 원칙 없는 행정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이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측은 입장번복 이유에 대해 “정부 때문에 매매 당사자들의 애로를 겪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매각승인이 계속 늦어질 경우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가능성 있었고 정부가 이를 의식해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론스타측은 HSBC와의 계약이 파기될 경우 블록세일 등을 통해 보유지분을 털어낸 뒤 한국 정부를 상대로 매각이익을 줄어든 데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에서도 론스타가 손해배상을 제기할 경우 승산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밖에 없다.
다음달 5일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도 정부가 서둘러 일을 진행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론스타는 미국 공화당의 최대 후원자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모든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무원칙’과 ‘무능력’은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작년 9월부터 1년 가까이 금융당국이 원칙을 세우고 스스로 허물며 시간만 지체했을 뿐 결론이 달라진 건 없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의 소위 ‘먹튀’행각을 저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각절차가 끝나도 우리 정부에 큰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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