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망신 외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노당 등 야권은 일제히 국제적 망신을 부른 외교 난맥상을 질타하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인책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권 내부에서도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문책론이 일고 있다.
이번 일은 사태의 중대성에 비춰 일과성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경위부터 정확히 밝혀내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인사는 마땅히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와 현지에 나가 있던 유명환 장관 등 우리 대표단 사이에 어떤 지시와 보고가 오고 갔는지,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지시와 판단이 있었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차제에 실패를 거듭하며 밑천을 완전히 드러낸 외교안보라인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대폭적인 쇄신을 단행할 필요도 있겠다.
의장성명 최종 문안에서 금강산 피격사건 관련 문구와 10ㆍ4공동선언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경위가 당초 알려진 바와는 좀 다른 정황이 있긴 하다. 일본 언론 보도 등에 의하면 금강산 피격사건 관련 문구가 삭제된 것은 북한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며, 의장국인 싱가포르측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10ㆍ4정상선언 관련 문구도 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면해질 수는 없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 대표단이 상식적인 활동을 했는데 누명을 쓰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출입기자 등에게 보내 구명운명을 펴고 있다고 한다.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외교부는 무능하지도 않았으며 국제 관행에 어긋나는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에 급급하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와 국내 정치에 몰고 올 파장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 내부와 보수진영에서는 금강산 피격사건 관련 부문이 동반 삭제된 것에 대해 더 분노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10ㆍ4 정상선언을 부정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제적으로 공식화한 꼴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금강산 피격사건의 진상 규명과 해결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때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가 이번 일로 한층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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