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물질의 미묘한 에너지 : 이탈리아 현대조각'전/ 無常 …표현의 한계를 잃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물질의 미묘한 에너지 : 이탈리아 현대조각'전/ 無常 …표현의 한계를 잃었다

입력
2008.07.28 00:19
0 0

화려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촘촘히 박아 만든 변기. 꼭 마르셀 뒤샹의 ‘샘’과 데미언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이 이종교배된 것 같다. 석회석으로 만든 타이어 질감의 미끌어지지 않는 바나나 껍질, 전시장의 먼지들을 모아 쓰레받기로 눌러 만든 아라베스크 문양은 또 어떤가. 모두 재료 고유의 물성을 전복하며 이미지에 충격을 가하는 연금술적 작품들이다.

진기하고 유쾌한 작품들이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 기기묘묘한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물질의 미묘한 에너지: 이탈리아 현대조각’전. 이탈리아 현대조각가 31명이 다양한 재료들로 조각의 무한한 표현 가능성을 펼쳐보이는 전시다.

미켈란젤로의 후예들이 선보이는 50여점의 작품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조각의 현주소를 알리기 위해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의 가루죠시각예술원이 지원, 서울에 모였다.

1960년대 세계 전위미술을 주도했던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ㆍ가난한 예술)부터 최근의 실험적 트렌드까지 ‘연식’과 경향도 다양하다.

먼저 니콜라 볼라의 ‘허상: 변기’를 보자. 인간의 배설물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라는 형용모순이 찌릿한 마찰음을 내는 이 작품은 압도적 무상함과 공허감을 자아내며 예술의 무용성을 본질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이솔라와 노르치의 ‘곧 사라질 아라베스크’는 전시장의 먼지를 작품의 소재로 도입함으로써 하늘 아래 아무것도 새로이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오직 변형될 뿐임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이미 사라져버린 옛날 속으로 데려갈 것처럼 내밀하고도 애잔한 아라베스크의 은빛.

미술사의 가장 논쟁적인 작품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멜랑콜리아’를 자신의 피로 복제해 그린 액자에 백색의 다이너마이트를 연결한 라파엘레 루온고의 ‘작업의 하중으로서의 자화상’은 보는 이의 내면에 아찔한 긴장감을 충전시킨다.

예술작품에 자신의 DNA를 각인하려는 창조의 욕망과 제약과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파괴의 카타르시스가 팽팽하게 길항하는 도발적 작품이다.

사실들의 나열로 진실의 일면만을 재구성했던 신문들을 으깨 지점토를 만든 후 커다란 여행가방이나 담요 같은 일상적 사물들을 빚어내는 페리노와 벨레의 공동작품은 흉포하고 선정적인 상징조작을 중단시켜 세계의 아이러니를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밖에 인공화된 자연을 강조하기 위해 투명 아크릴 유리로 나무를 만든 지노 마로타의 ‘인공 재생 나무’, 1㎜ 두께의 강철에 레이저를 쏘아 다양한 이미지를 파냄으로써 불가시의 경계를 가시의 투과막으로 바꾼 피에트로 콘사그라의 조각 등 읽어야 할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꼼꼼히 다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9월 5일까지. (02)880-9504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