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칸 지음ㆍ이상빈 옮김/이마고 발행ㆍ516쪽ㆍ2만2,000원
서구인의 눈으로 본 ‘반골 인명 사전’이다. 프랑스의 시사 주간지 ‘마리안느’가 1999년 8월 반역자란 제하로 특집호를 꾸미고, 2001년 단행본으로 정리한 결과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은 당대와 왜, 어떻게 불화했는지 재구성하고,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위대한 반골들도 재조명한다. 실패한 반란이나 소수의 목소리까지 포함, 책에 등장하는 반골들은 기득권자들은 볼 수 없었던 가치를 보았고, 주장했다.
구더기가 우글대는 쇠고기에 ‘노’라고 외치며 일어난 1905년 러시아 포템킨 전함의 수병들은 결국 러시아 혁명의 불을 당겼다. 책은 흑인 노예 해방, 드레퓌스 사건, 프랑스 혁명 등 역사적 분수령을 이룬 사건을 설명하면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역사를 의인화한다. 귀족이면서 빈민들을 위해 토지 개혁을 주장하다 암살당한 그라쿠스 형제, 스페인의 잔학한 인디오 학살을 고발한 라스 카사스 신부 등 시대의 반골 250여명이다.
프랑스 언론인이 지은 책답게, 책에는 프랑스 특유의 치열했던 사상 투쟁과 정치 상황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는 쉬 이해 되지 않는 대목도 나온다. 특히 드골 대통령에 대한 대목은 대표적이다. 프랑스 공화국 정신에 대한 ‘예스’(YES)이면서 과도한 이상에 대한 거부로서 드 골의 ‘노’는 피폐한 프랑스를 부활시키고 전승국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한편 미테랑 대통령은 우파와 경제ㆍ금융계의 연합 전선속에서 ‘노’를 외친 결과로 신산스런 23년을 버텼으나, 결국 14년의 권좌를 이뤘다고 책은 평한다. 책 전체에 걸쳐 모두 250여명의 반골들이 그리는 풍경들이 프랑스 잡지 특유의 현란한 문체로 그려져, 읽는 맛을 더한다.
말미에 96쪽에 걸쳐 ‘빠뜨린 사람들’이란 부록을 실어두고 있다. 연재 중 독자들이 보내온 반론 혹은 아쉬움을 근거로 해 110여명의 ‘반골들’이라며 소개하는 자리다.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침탈로부터 ‘지하드(성전)’를 이끌었던 알제리의 독립 투사 압델 카데르, 미얀마 군부 독재에 항거하는 아웅산 수 치, 나치에 반기를 든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이 대열을 장식한다.
책은 때로 상식을 뒤집는다. 책의 판단에 따르면 알리는 세기의 권투 선수라기보다 반전주의자였고,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살림은 뒷전이었던 아내가 늘 불만스러웠던 아저씨였으며, 록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는 인기만 좇는 음악과 베트남 전쟁을 두고 싸운 투쟁의 화신이었고, 예수 그리스도는 상인과 제사장을 상대로 ‘노’를 외친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쑨원과 톈안먼 사태를 제외하면, 비 아시아권의 인물과 사건으로 점철된다는 점이다.
옮긴이 이상민씨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와 편의주의에 순치된 대중은 ‘노’를 부르짖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물러서고 있다”며 “이 책이 실패한 반란, 소수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힌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