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이켜보면, 8년 전 고등학교 도서실에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권을 꺼내던 순간은 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당시에 총 6권까지 있었던 <로마인 이야기> 가 작년에 15권을 마지막으로 완간되기까지, 해마다 한권씩 늘어나는 <로마인 이야기> 의 출판 소식을 나는 마치 생일 선물 받는 기분으로 기다렸다. 로마인> 로마인> 로마인>
<로마인 이야기> 다음 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베네치아 공화국의 역사를 그린 <바다의 도시 이야기> ,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등 시오노 나나미의 거의 모든 저작을 섭렵하게 되었다. 나의> 바다의> 로마인>
이런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지도자들의 뛰어난 리더십이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존경심이 아니었다. 사진 한 장 없는 이 책들을 읽으며 상상했었던 장면, 그 장면의 배경이 되는 도시들에 꼭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낭만적인 배낭 여행의 동기 치고는 매우 학구적인 것이지만, 내가 대학교 1학년에 유럽으로 첫 배낭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는 이처럼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시오노 나나미의 책 속에 나오는 장소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매우 ‘수학 여행적’인 소망 때문이었다.
이 때 배낭 여행의 맛을 알아버린 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여행에 빠져 지금까지 약 40여개 나라를 여행했다. 게다가 공대생으로서 팔자에도 없던 여행기도 한 권 출판하게 되었다.
요즘은 대학생들의 유럽 배낭 여행이 거의 ‘유행’과도 같아서, 내가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더라도 한번쯤은 배낭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첫 배낭 여행의 강력했던 동기, 순수했던 열정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많은 여행 경력을 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동과 인도, 티베트에서 중남미까지, 내 모든 여행의 시작은 <로마인 이야기> 제 1권의 첫 페이지를 펼치던 그 순간에 이미 결정되었다. 로마인>
정준수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저자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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