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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감세와 포퓰리즘

입력
2008.07.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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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재산세 인하와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경감, 저소득층 소득세 인하와 개별소비세 축소 등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이미 발표된 법인세율 인하와 유류세 인하,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유가 환급금까지 포함하면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 감세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느낌이다.

당정이 추진 중인 감세방안이 모두 실현된다면 향후 4년간 기업과 국민들의 세부담이 18조원이나 줄어들게 된다. 올해에만 6조원이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고유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과 자영업자에게 유가환급금 등으로 10조원을 나눠주거나 소득세를 낮춰주고, 부동산 세부담 급증으로 불만이 쌓인 중산층 이상에겐 재산세 등의 인하로 달래는 양상이다.

부동산 감세는 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재산세와 종부세는 급증하는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재산세의 경우 전국 주택가격이 올들어 떨어졌는데도 불구, 과표 적용률이 50%에서 55%로 상향 조정되면서 서울지역 28%, 전국 18.7%나 늘어난 것은 정상적인 과세로 보기 힘들다. 주택 한 채만 소유한 샐러리맨의 경우 늘어난 재산세에 한숨이 절로 나왔을 법하다.

부동산발 신용경색 차단해야

지방 미분양 물량 적체와 건설업체 부도 러시에 따른 금융회사의 부실 확산으로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도 화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여권의 감세 정책에 대해 야당에선 ‘강부자’ 내각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감세가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면 조세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는 것은 철저히 차단하면서도 불합리한 세제를 손질해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것은 마냥 미뤄둘 사안이 아니다. 동맥경화에 빠진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돼야 서민과 부자를 가릴 것 없이 국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세부담 인하로 거래가 활성화되고, 보유세 부담을 못 이긴 매물들이 나온다면 부동산시장은 오히려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세 등이 오르면 집주인이 인상분을 전ㆍ월세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서민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현행 부동산 세제는 참여정부 시절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에 대한 주택 공급 규제와 신도시 남발로 초래된 투기광풍을 때려잡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유 및 거래단계에서 무거운 세금을 물린 점이 특징이다. 참여정부의 모 경제관료는 당시 반시장적 세금폭탄 정책에 대해 “목표물만 정확히 파괴하는 초강력 스마트탄”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부동산시장 대란과 내수위축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세금은 공공 복지를 위해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아가는 약탈행정의 특성을 갖고 있다. 세금은 이슬비에 옷 젖듯이 소리없이 거둬가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세제는 소득과 무관하게 세금폭탄을 무차별적으로 투하하면서 국민들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열시키고,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도 자초했다.

경기침체기 부동산 감세 뿐만 아니라 소득세 인하, 세금환급 등은 서민의 경제난을 덜어주고, 내수도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이라는 저서에서 글로벌 경쟁시대에 낮은 세율의 조세경쟁력이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민간의 소비도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뼈를 깎는 예산절감 수반돼야

하지만 감세는 국민들에겐 달콤한 사탕이지만, 재정에는 큰 부담이다.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 재정적자 요인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정부부터 재정지출 효율화, 공공부문 개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감세정책은 인기영합적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허약한 정권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퍼주기식 선심정책을 남발하면서 예산절감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재정에 큰 주름살을 줄 수 있다. 감세와 재정건전성 제고는 힘들더라도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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