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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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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국수

입력
2008.07.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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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깊어 가면서 메밀 음식이 제철을 맞았다. 점심시간이면 어지간한 냉면, 메밀국수, 막국수 집은 손님들로 복작거린다. 신문이나 방송의 ‘맛 집’ 소개에 단골로 등장한 도심의 이름난 집 앞에는 아예 긴 줄이 늘어선다. 인터넷에도 ‘쫄깃쫄깃한 메밀국수의 참 맛’ ‘매끄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막국수의 맛’을 찾는 질문과 답변이 무성하다.

무르고 까칠까칠한 메밀가루의 특성을 생각하면 참 이상한 질문이고 답변이다. 실제로는 메밀이 들어가지 않았거나 들어갔더라도 극소량에 그친, 이름만의 메밀국수ㆍ막국수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메밀가루는 끈기가 없다. 자장면처럼 잡아 늘리거나 칼국수처럼 넓게 편 후 접어서 자르는 방법으로는 좀처럼 국수를 만들기 어려웠다. 그래서 작은 구멍이 뚫린 판에 반죽을 올려 놓고 내리눌러 국수로 뽑는 ‘압면법’이 개발됐다. 워낙 끈기가 약해 이렇게 해도 제대로 국수를 뽑기 어려워 밀가루를 섞어 끈기를 보강하는 방법이 주로 쓰였다. 나중에 뜨거운 물로 반죽하는 기술이 개발돼 100% 메밀가루만으로도 국수를 뽑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메밀 값이 비싸다는 상업적 이유 때문에 메밀 함량을 되도록 낮춘 국수가 여전히 양산되고 있다.

■차갑게 식힌 삶은 면을 특유의 양념장에 찍어먹는 현재의 메밀국수는 일본식이다. 가다랑어포와 다시마를 우려낸 엷은 간장에 무와 고추냉이를 갈아 넣어 맛을 낸다. M식당, S식당 등 서울의 유명 메밀국수 집의 양념장 맛은 일본과 닮았다. 그러나 국수는 전혀 다르다. 일본의 메밀국수는 메밀가루가 50% 정도에 그친 것도 더러 있지만, 메밀가루 80%에 밀가루 20%를 섞은 ‘니하치소바(二八蕎)’가 주종이고, 메밀가루 100%의 ‘기소바(生蕎)’ 또는 ‘주와리소바(十割蕎)’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밀함량 35% 정도면 최상급이다.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 회냉면이나 비빔냉면에 쓰는 가늘고 질긴 면이 메밀가루와 무관한 것은 물론이고,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식당의 냉면도 메밀함량은 그리 높지 않다. 열량이 적고 모세혈관 강화작용을 하는 루틴 등이 다량 함유된 메밀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그나마 막국수가 믿을 만하다. 투박하고 무른 면을 얼음이 서린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으면 그야말로 ‘더위 오프(Off), 건강 온(On)’이다. 메밀함량이 100%에 가까운 막국수를 내놓는 집이 서울에도 서너 곳 있다지만 역시 본고장인 강원도로 가야 한다. 휴가철이다.

황영식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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