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용인 고시텔 화재/ 매트리스에 방화 흔적… 잠겨있던 비상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용인 고시텔 화재/ 매트리스에 방화 흔적… 잠겨있던 비상구

입력
2008.07.28 00:17
0 0

25일 새벽 경기 용인시의 한 고시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고시원의 복잡한 내부구조와 비상구가 잠겨있는 등 관리부실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건축법, 소방법 위반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한편 방화 용의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 40분 화재에 7명 사망

이날 새벽 1시25분께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10층짜리 상가건물 9층에 있는 고시원 ‘타워고시텔’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40분만인 오전 2시5분께 진화됐지만, 새벽시간대에 일어난데다 복도가 비좁고 복잡해 피해가 커졌다.

비상구도 잠겨 있어 비상구 바로 앞 방에서 잠을 자던 한 피해자의 경우 불이 난 곳을 지나 건너편 쪽 복도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이날 불로 이영석(38)씨 등 7명이 숨지고 연기를 마신 김홍성(41)씨 등 6명은 신갈강남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5명은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고시텔 관리인 고모(46ㆍ여)씨는 “화재 비상벨이 울려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불길이 워낙 거세고 유독가스가 치솟아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고시텔에는 39명이 잠을 자고 있었으며 30여명은 비상벨 소리를 듣고 자력으로 대피해 화를 면했다. 특히 고시텔에 들어있던 대학생 20여명은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갔고 사무실 등 건물의 1∼8층과 10층은 영업을 하지 않아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 방화 가능성 커

경찰과 소방서는 불이 고시텔 왼쪽 안쪽에 위치한 6호실과 8호실에서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미뤄 일단 방화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용인소방서 관계자는 “떨어져 있는 방 2곳에서 누전으로 한꺼번에 불이 날 확률이 낮고, 8호실 침대 매트리스의 경우 불을 붙인 흔적이 있어 누군가 고의로 8호실과 6호실에 차례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호실에 불을 낸 뒤 문을 닫고 6호실은 문을 닫지 않아 6호실 바깥 복도로 불이 확대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그러나 실화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경찰 수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기ㆍ가스안전공사와 공동으로 화재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일단 화인을 방화로 추정하고 고시텔 1층 출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 불이난 시간을 전후해 드나 든 인물들에 대한 신원파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난 시각을 전후해 이 건물에 드나 든 인물의 신원을 확인 중”이라면서 “그러나 확보된 화면의 화질이 좋지 않고, 고시텔 내부와 엘리베이터에 별도의 CCTV가 없어 확인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업무시설로 돼 있는 고시텔이 다중주택 또는 기숙사로 건축물 용도변경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건축법 또는 소방법 위반 여부를 조사중이다. 고시텔은 2003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월 관할 소방서로부터 소방필증을 받았다. 이 곳은 바닥 면적이 559㎡로 기준(1,000㎡)에 미달하는 데다 10층 이하여서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 보상

불이 난 고시원은 대물 4억원, 대인 1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사망자 당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시원 임대인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향후 보상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용인시는 이에 따라 피해자들에 치료비 및 생계비를 긴급지원하는 한편 소유주 서모씨를 상대로 치료비 및 보상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 관계자는 “유가족과 협의해 조속히 분향소를 설치토록 할 예정”이라며 “치료비나 보상금 문제가 원활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2001년 Y기숙학원에서 불이나 10명이 숨졌으며 2004년에는 수원 M고시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졌다.

6.6㎡ 짜리 방 68개 빼곡

● 사고 장소는

타워고시텔이 입주한 건물은 10층 규모로 1996년 준공됐다. 서모씨 등 2명이 공동소유하고 있으며 김모씨가 2003년 9층 559.9㎡을 임대해 고시텔로 운영중이다. 고시텔 내부에는 6.6㎡ 넓이의 방 68개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고시텔에는 주출입구 외에 뒤쪽에 비상구가 하나 있지만 평소 잠궈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돼 있어 피난시설 설치기준이 숙박시설에 비해 엄격하지 않다.

● 사망자 명단

이영석(37) 정찬영(26) 이철수(44ㆍ재중동포) 강정혜(51ㆍ여) 김병근(47) 이병철(38) 권순환(26)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