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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12> 희귀병 앓는 연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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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12> 희귀병 앓는 연민이

입력
2008.07.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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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살이 된 여자아이 연민(가명)이를 만난 곳은 전북 익산역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달려가면 보이는 한 마을에서였다. 벼가 자라나는 들판 속에 자리잡은 마을에 도착하면 바로 마당 넓은 2층 집이 보인다. 장애 영유아 생활시설 ‘맑은 집’이다.

이 곳에서 연민이는 장애를 가진 23명의 친구들, 그리고 8명의 선생님(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제 생후 1년9개월. 연민이에겐 없는 것이 무척 많다. 우선 안아주고 돌봐줄 엄마, 아빠, 가족이 없다. 손가락과 발가락도 갖지 못했다. 손과 발은 벙어리 장갑처럼 뭉퉁하다. 평범한 얼굴도 갖지 못했다. 첫 눈에 ‘병을 앓고 있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졌다. 튀어나온 이마와 눈, 함몰된 코, 수압이 차올라 커진 머리.

연민이는 ‘애퍼트(Apret) 증후군’을 앓고 있다. 6만5,000명 중에 한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두개골 조기 유합증’이 가장 큰 증상인데, 두개골 봉합선이 일찍 굳어져 뇌의 성장을 억제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여기에 손과 발이 한데 붙은 ‘합지증’, 입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는 ‘구개열’ 장애 등도 동반될 가능성이 높은데, 연민이가 그런 경우다.

애퍼트 증후군도 수술만 받으면 고칠 수 있고, 정상인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할 경우, 수명은 7년을 넘기기 힘들다. 때문에 ‘맑은 집’ 선생님들은 연민이에게 정상적인 삶을 주기 위해 전투 같은 스케줄을 잡아놓았다.

우선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구개열 수술부터 했다. 그 동안 갈라진 입 천장 탓에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숨이 막힐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9만원짜리 특수 젖꼭지를 사용해 분유를 먹어야 했다. 구개열 수술은 원광대 병원의 지원을 받아 비교적 적은 수술비(170만원)로 끝마칠 수 있었다. 이제 조금씩 밥알도 잘 먹는다.

하지만 연민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 수술이었다. 두개골 봉합선을 빨리 열어주지 않으면, 두개골이 뇌를 눌러 지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두개골에 물이 차올라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지난 16일. 연민이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두개골 봉합선을 열고 나사와 핀으로 두개골에 틈이 생기도록 고정하는 큰 수술이었다. 이 수술을 끝마치고 ‘맑은 집’ 선생님들은 겨우 한숨 돌렸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 연민이의 뇌에 고정시킨 나사와 핀 값만 590만원이었고, 전체 수술ㆍ입원비용은 3,000만원가량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수술 일정을 잡기 전부터 ‘맑은 집’ 선생님들은 후원자를 찾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등 각종 구호단체의 문을 두드렸고,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이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연민이에게 임직원이 갹출해서 만든 ‘소망램프’ 기금으로 1,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수술비는 예상 외로 부족했다. 이번에는 연민이의 뇌수술을 담당한 서울아산병원이 돕기 위해 나섰다. 아산병원 사회복지팀은 지난 19일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사연이 나갈 수 있도록 주선했고, 2,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후에야 겨우 수술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현재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6인실로 옮겨 회복중인 연민이는 다음 주 익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선생님들은 여느 때처럼 “연민아~ 엄마야” 하면서 안아줄 것이고, ‘맑은 집’에서 가장 명랑한 아이인 연민이는 평소 좋아하는 핸드폰 줄이나 끈 잡기 놀이를 하면서 즐거워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아직 시기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뇌수술을 한차례 더 해야 한다. 뇌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수술이 더 필요한 것이다. 4~6살 사이에는 얼굴골격이 자라면서 숨이 막히지 않도록 함몰된 코도 수술해야 한다. 손가락, 발가락 수술도 해야 하지만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언제 수술이 가능할 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의 손과 발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아는지, 손과 발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연민이다. 수술 일정대로라면, 연민이는 ‘벙어리 장갑’ 같은 손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연민이의 부모는 누구일까? 연민이의 ‘엄마’ 역할을 하는 선생님들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연민이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맑은 집’으로 왔다. 하지만 만약 연민이가 정상적인 아이였다면, 연민이의 부모는 연민이의 곁을 지키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맑은 집’에 맡겨진 아이들 중 절반 가량이 부모가 있지만, 경제적 혹은 심리적 부담 때문에 위탁 받은 경우다. ‘부모의 사랑’이 아닌 ‘사회의 사랑’이 이들의 성장을 책임져야 한다.

‘맑은 집’에는 연括遣릿?정도는 덜하지만 똑같이 애퍼트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다. 또 척추가 활처럼 휘어 똑바로 눕지 못하고 아파서 울음을 터뜨리는 간난아이도 있는데, 이들의 불행은 보는 사람마저 속이 상할 정도다. ‘맑은 집’ 강미나 선생님은 아이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며 “척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숨지었다.

‘맑은 집’ 아이들은 연민이처럼 모두 제때 치료와 수술이 절대적이다. 수술비 마련이 전쟁과 같은 이유다. 또 장애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 같은 일반질병에도 잘 걸려 걱정이 크다고 한다. ‘맑은 집’ 유은영 사무국장은 “아무래도 서울ㆍ경기 지역 등에 기업들이 많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지원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맑은집 홈페이지 www.wonhome.or.kr (063)861-9950~1

■ 삼성생명 불우어린이돕기 사업

무호흡증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에 살아가야 하는 생후 11개월 된 동수(가명).

'키다리 아저씨' 책을 가장 좋아하는, 그러나 키가 자라지 않은 병(연골가형성증)에 걸린 민혁(가명ㆍ7)이.

월세 보증금이 없어 이사하지 못한 채, 재개발로 내몰린 좁은 집에서 병든 엄마와 살아가는 명수(가명ㆍ13).

삼성생명 '소망램프' 기금을 받은 아이들의 사연들이다.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빈곤과 질병에 고통받는 18세 미만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소망램프'는 삼성생명이 자랑하는 주요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다.

'소망램프' 기금은 어린이 돕기를 원하는 임직원들이 신청하면 급여에서 매월 자동공제 되고, 매월 2,400만원 가량의 기금이 조성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1999년부터 임직원 및 FC(보험설계사)들의 성금을 모아 보육원 출신의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멘토링 장학사업'을 펼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소망램프로 전환했다. 현재까지 지원됐거나 지원이 확정된 아동은 총 23명. 총 지원금도 2억원을 훌쩍 넘었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연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연을 토대로 임직원 대표가 직접 참여해 매월 2~4명 가량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한다.

지원계획이 확정된 아동들에게는 삼성생명 홈페이지에 사연이 게재된다. 지원금은 최저 기본금 500만원.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생명 임직원과 네티즌이 홈페이지(www.samsunglife.com/company/service/lifetime/service_lamp_03V.jsp)에서 사연을 읽고 '공감클릭' 버튼을 1회 클릭 할 때마다 1,000원의 추가지원금이 쌓인다. 물론 클릭은 네티즌이 하더라도, 추가 지원금은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낸 기금에서 나가게 된다.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도록 설정돼 있는데,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공감이 많아 거의 모든 사연에 1,000만원 한도액이 지원되고 있다.

익산=글ㆍ사진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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