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철순 칼럼] 이 대통령의 첫 휴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철순 칼럼] 이 대통령의 첫 휴가

입력
2008.07.25 08:48
0 0

이명박 대통령의 휴가는 참 옹색하다.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간 쉰다는데, 행선지는 군대 내의 휴양시설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갈 수 없고 금강산도 갈 수 없고, 휴가를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나마 취소하려다가 참모들의 건의에 따라 휴가를 하되 통상 1주일인 기간을 5일로 줄였다니 옹색하기 그지없다.

그런 이 대통령이 휴가에 앞서 청와대 직원 300여 명에게 선물한 책이 눈길을 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외손녀 실리아 샌디스가 쓴 <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이다. 이 대통령은 원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등 리더십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려진 분이다.

처칠평전 일독을 권한 대통령

책의 원제는 이며, 부제가 ‘the inspiring leadership of Winston Churchill’이라고 돼 있다. 이 제목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였던 1940년 6월에 행한 하원연설에서 따온 것으로, 그야말로 힘이 있고 국민에게 용기를 심어준 웅변이었다. 제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는 ‘inspiring’이다. ‘고무하는, 분발케 하는, 감격시키는’이라는 단어가 리더십이라는 말과 어울림으로써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다짐에 힘을 넣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실수 실착으로 낭패를 본 이 대통령은 무엇으로 힘을 스스로 회복하고 국민을 고무ㆍ분발ㆍ감격케 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언어적 감성이나 재치 논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만 못하고, 연설의 힘이나 카리스마에서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잡기 어렵다. 목소리, 특히 말끝이 퍼지지 않아 알아 듣기 힘든 경우가 있고 전달력이 약하다. 말은 못하는 편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잘한다고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여러 곳에 남긴 방명록의 휘호는 어법이 안 맞거나 맞춤법 띄어쓰기가 틀려 웃음을 사고 있다.

그러니 개인의 노력과 시스템의 도움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고무ㆍ분발ㆍ감격케 하는 리더십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적으로 연출돼야 한다. 그것은 조작과 다르다. 방명록의 휘호도 혼자 알아서 하면 안 된다. 왜 각종 연설문은 미리 작성해 여러 사람이 검토하면서 방명록은 대통령 혼자 쓰게 하는지, 그래서 맞춤법과 어법이 틀리게 내버려 두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국민과 부하가 매력에 반하게 하는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부하는 반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처칠의 경우 불독처럼 생긴 얼굴에 굵은 시가를 입에 문 모습이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러 넣었고, 연설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총리가 된 뒤 첫 의회연설에서 처칠은 저 유명한 ‘피와 수고와 땀과 눈물’의 연설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유있게 승리의 V자 사인을 하거나 실크 해트를 지팡이에 걸고 뱅뱅 돌려 청중에 답례하던 개구쟁이 같은 표정도 귀여웠다. 처음 의원선거를 치를 때 만날 늦게 일어나는 게으름뱅이라고 상대가 비난하자 “나처럼 아내가 예뻐 봐. 일찍 일어날 수 있나”하고 응수했던 처칠은 유머감각도 뛰어났다.

이 대통령은 과연 매력적인가, 재치가 있나, 유머가 있나, 멋진가, 귀여운가. 그리고 이 대통령을 보면 즐겁고 안심을 하게 되는가 이런 것을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을 고무하는 리더십 절실

1주일 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90회 생일을 맞았다. 시사주간지 <타임> 은 만델라를 표지인물로 싣고 그의 리더십 8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맨 처음이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inspiring이 나온다.

각국 지도자들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연출을 하는지, 국민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살펴야 한다. 모처럼의 휴가에 이 대통령이 이런 것들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