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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대家 밖에서 주인 찾나

입력
2008.07.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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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인 현대건설은 누구의 품으로 들어가나.’현대가(家)의 한 축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사가 없음을 밝힌 데 이어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곤경에 처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이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건설이 범현대가(家)가 아닌 다른 그룹에 인수돼 ‘현대(現代)’라는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인 산업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이 아직 매각 일정조차 내놓지 않은 상태지만 현대건설 인수가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한때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의 상징성 때문.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현대가(家)가 현대그룹,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분리된 이후에도 계속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 왔다.

현대건설의 인수가 안개 속에 빠져 든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유력한 인수자로 꼽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비롯됐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현대건설 인수는 없다”고 못박으면서 매각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조선업 초호황을 이끌며 5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앞세워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라는 게 기정 사실처럼 여겨졌다. 특히 현대건설이 현대가의 정통성을 잇는 상징적 존재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적통’을 이어간다는 명분론까지 더해져 주목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에 발을 빼면서 관심은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 정통성 회복과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뿐 아니라 경영권 방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정은 회장은 현재 지주사 격인 현대상선의 지분 45%를 가진 최대 주주로 현대증권 현대아산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KCC와 현대중공업도 지분을 합해 32%를 보유, 언제든지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06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대거 매수하면서 경영권을 위협 받았다.

따라서 현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고 하게 하기 위해서 현대상선 지분 8.3%를 가진 현대건설 인수가 필수적이다. 현회장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지분이 53.3%가 돼 경영권을 확고히 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자금이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가진 지분 인수에만도 3조5,000억원(24일 종가기준) 가까이 드는데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해 질 경우 5조~6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그룹이 그만큼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대북 사업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해 인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현대중공업이 빠지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이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며 “현실적으로 인수전이 본격화 될 경우 현대그룹을 능가하는 자금능력이 있는 그룹이 가져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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