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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정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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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정은 회장

입력
2008.07.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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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남북을 자유롭게 날고 싶어 했던 고 정몽헌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뤄드리고 싶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4월 29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남편을 추모하는 작곡가 최명훈씨의 작품 <나래> 를 감상한 후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애절한 심경을 밝혔다. ‘나래’는 순 우리말 ‘날개’의 사투리다. 추모곡을 작곡한 최씨는 당시 “정 회장님께 동서남북 어디든지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는 나래를 선물해 드리고, 그 분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정 회장이 2003년 8월 대북송금 문제로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면서 졸지에 주부에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현 회장에겐 대북경협은 1998년 소떼방북으로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던 시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감했던 남편의 유지를 계승, 발전시켜야 할 과업이다. 금강산사업이 핵 문제 등으로 고비를 맞을 때마다 “하늘이 맺어 준 북한과의 인연을 민족화해의 필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뚝심으로 정면 돌파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5년 7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나 현 회장을 만나 대북사업을 확대해 준 것은 그의 경협 열의에 대한 보답이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금강산 관광사업이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관광이 중단된 것은 물론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 이야기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 중 예정돼 있던 현대 신입사원 수련회 및 비로봉관광 개시, 10월 정주영 체육관 개관 5주년 행사, 내년 백두산 관광도 줄줄이 취소될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개성관광도 남북 간 경색이 길어지면 중단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장 취임 후 적자투성이의 계열사들을 특유의 돌파력과 감성경영으로 흑자 전환시켜 경영능력을 인정 받고, 대북사업도 확장해온 그로서는 혹독한 시련을 만난 셈이다.

▦현 회장은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이번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06년 10월 북의 핵실험으로 인해 관광객이 하루 20명으로 격감했을 때도 그는 “관광객이 단 한 명뿐이라도 계속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북측과 신뢰를 쌓아가며 위기를 극복했다. 금강산관광은 숱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올 6월까지 194만 명이 다녀오면서 민족 공영과 화해ㆍ통일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남한 기업인이다. 그가 방북을 성사시켜 사태 수습과 남북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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