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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의 쿠바 개혁 열풍 자본주의가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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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의 쿠바 개혁 열풍 자본주의가 종착점?

입력
2008.07.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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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형의 뒤를 이어 집권한 라울 카스트로(77)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혁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집권 당시 개인의 휴대폰 소유 허용 같은 상징적 조치로 시동을 건 라울 의장이 최근 쿠바식 사회주의의 앙대축 토지와 임금 제도에까지 메스를 들이대면서 개혁의 종착점이 자본주의가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등 외신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18일 농지 개혁법을 발표하고 개인이 최고 99에이커(약 40만㎡)의 농지를 10년간 임대 경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세금을 납부하는 등 조건을 충족시키면 경작권은 자동 갱신된다. 비록 임대 형식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농지 소유를 사실상 허용한 것이다.

쿠바의 농지는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이며 대다수 농민은 국영 농장이나 농업 조합에 고용돼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다. 개인농은 극소수이며 경작 한도가 10에이커를 넘지 못했다. CSM은 “1959년 혁명과 함께 피델 카스트로가 구축한 사회주의식 농지 체제에 일대 수술을 가한 것”이라고 농지개혁법을 평가했다.

앞서 4월 라울 의장은 쿠바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영 기업의 근로자에 대해 성과급을 도입하고 임금 상한선을 폐지하겠다는 개혁안을 발표해 임금 제도에도 일대 수술을 가했다. 청소부, 교수, 의사 등이 직업에 관계 없이 원칙적으로 19달러의 월급을 받는 것을 자랑해왔던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의 철학에 정면 배치되는 개혁안이다.

AP통신은 “라울 의장의 파격적 개혁이 이어지면서 쿠바 국민 사이에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체제에 대한 개혁안이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인의 영리 추구가 금지돼 있음에도 공공연하게 돈벌이에 나서는 주민을 보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됐다. CSM에 따르면 아바나의 한 국영 기업 공무원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귀퉁이에 헬스 클럽을 비밀리에 운영하면서 월 500달러를 벌어 들이고 있다. 그가 국영 기업체에 근무하면서 받는 월급은 19달러이다.

라울 의장이 의도하는 개혁은 어디까지일까.

그는 최근 국가평의회 연설에서 “사회주의는 사회 정의, 기회 평등을 의미하지만 소득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획일적 소득 분배에서 벗어난 실용적 공산주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 끝 무렵에 “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웠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피델 카스트로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정도다.

AP통신은 “쿠바는 연간 경제활동 증가인구가 1980년 23만 8,000명에서 지난해 16만 6,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근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국식 사회주의를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필요에 따라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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