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초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들면서 사방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집값은 떨어졌는데 재산세는 왜 이렇게 갑자기 많이 올랐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강북 보다는 강남, 싼 집보다는 비싼 집에 사는 사람들이 특히 심했다. 정부와 여당은 결국 9월 재산세 고지서의 무게를 대폭 줄여주기로 했다.
이번에 날아든 고지서는 엄밀히 말해 ‘참여정부 재산세’다. 과표적용률을 공시가격 대비 50%에서 시작해 올해부터 매년 5%포인트씩 올림으로써, 2017년에는 100%가 되게 한다는 법안이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졌던 것. 오랜 숙제인 과표현실화와 부동산가격억제를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집값은 오르지 않았는데도 과표가 올랐기 때문에 재산세를 더 내야 하는 납세자들로선 불만일 수 밖에 없었다.
24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합의한 지방세법 개정방향은 우선 재산세 과표 적용률을 올리지 않고 작년 수준(50%)으로 동결한다는 것. 아울러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지금은 재산세액이 전년도 재산세의 최대 50%까지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이를 25%이상 오를 수 없게 상한선도 낮췄다.
인하효과는 당장 9월 재산세 부과 때 나타난다. 7월 재산세는 일단 인상된 과표적용률(55%)에 따라 부과된 금액. 9월 부과분에 이번 조치에 따른 세금 인하분을 모두 반영해, 별도 환급절차 없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가장 혜택을 보는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6억원이 넘는 중대형 아파트들이다. 지역적으론 강남 등 ‘버블세븐’에 집중되어 있다. ‘부자를 위한 선심성 감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공시가격 7억9,000만원짜리 서울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74.40㎡(23평)의 경우 당초 올 재산세는 지난해(49만원)보다 50% 인상된 73만6,000원이었지만, 이번 재산세 부담 완화 조치 덕분에 61만2,500원으로 낮아진다.
세금인상 상한선이 50%에서 25%로 낮춰졌기 때문. 재산세 납부액도 7월 36만8,000원에서 9월에는 24만4,500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반면 공시가격이 2억3,000만원인 서대문구 천연동 뜨란채아파트 59.47㎡(18평)은 세부담 상한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인하 효과가 전혀 없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6억원 초과 주택만 세부담 상한선을 낮춘 데 대해 “세부담 상한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주택은 전년도 대비 5%, 3억~6억원 주택은 10%인데 비해 6억원 초과 주택은 50%나 돼, 주택가격에 따른 세 부담 과세 격차를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세금 인하 혜택의 형평성 문제로 더 큰 불만을 낳을 여지가 많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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