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발생한 날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적인 남북대화를 제창하고 청와대도 “대통령 연설과 금강산 사건은 별개”라고 설명하였지만, 북한이 진상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자 대북정책이 강경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중ㆍ장기적인 확고한 대북관에 입각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이지만 대북정책은 민족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고 수립ㆍ시행되어야 국익이 극대화될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하는 게 최선이라는 합리적 대북관이 있느냐에 귀착된다.
임기응변식 상황 대응은 문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북한 정권의 실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북한 독재정권은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경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민의 상당수를 기아상태에 처하게 할 정도로 무능하다는 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이런 북한 정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현명하냐는 것이다. 정학적 여건 및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명확히 인식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북한보다 적어도 수십배 이상 경제력이 클 정도로 남한이 상대적 번영을 누리고 있는 점은 양면성을 가진다. 남북관계에서 북한보다 그만큼 더 큰 경제적 가용수단을 가지는 반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깨지면 북한은 별로 잃을 것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대외의존도도 높은 한국 경제는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된다.
군사 면에서도 병력, 전투기 수는 북한이 많으나 질적인 면을 고려한 종합적 재래식 군사력에서는 우리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군사 대결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첫째, 5,000톤의 화생방무기와 탄도탄 미사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면에서 우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둘째, 남한 국력의 반 이상이 밀집된 수도권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 안에 있다. 셋째, 북한은 굶어죽더라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고 체면을 훼손 당할 바에는 동반 자살이라도 감행하는 ‘벼랑끝 전술’을 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대결에서 이겨도 우리 역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피해를 볼 것이다.
우리 정부는 같은 민족으로서 상호간 평화와 안정 보장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처한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압박에 대항해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그런데 남한이 먹고 사는 문제까지도 상호주의를 고수하고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를 따지겠다니 굴복하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위기를 넘기고, 자신이 강점으로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문제에서 남한과 한 판 정면 승부를 벌여보자는 각오라는 것이다. 정부가 개성관광을 중단시키는 등 강경책 수준을 높여나간다면 단기적으로 국민정서에 부응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의 버릇을 고치기보다는 필사적인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소위 ‘퍼주기’가 대립보다는 화해와 호혜적인 협력을 통해 북한을 적은 비용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시행된 측면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정 정도의 경제적 이득을 주는 대신 나름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동시에 평화 유지와 경제 안정 측면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었던 것이다.
화해ㆍ공영 지향이 현명한 방향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한 것을 반론으로 제시할 수 있지만, 미국이 북한 핵실험 후 북미 협상을 시작해 점진적인 해결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핵심 사유가 남한의 화해정책이라기보다 미국의 강경일변도 정책이었음을 보여준다. 대북 압박과 대립, 엄격한 상호주의보다는 단기적으로는 저자세이고 밑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ㆍ장기적으로는 남북 화해ㆍ공영(共榮)이 현명한 정책방향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남북경협은 북한 정권에 현금 수입을 가져다 주지만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수성이 홍보되어 1980년대 말 동구에서처럼 결국은 북한정권을 큰 무리없이 붕괴시키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보수ㆍ진보 진영 모두에게 최상의 현실주의적 실용전략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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