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에 군 해안초소가 무너져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해병 병사 3명이 숨졌다. 부대 측이 지은 지 30년도 넘은 노후한 초소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데다 최근 지붕 위에 새 장비까지 설치하는 바람에 발생한 인재로 보인다.
23일 0시께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동배1리 해안가 절벽에 있는 포항 해병1사단 초소 지붕이 무너져 경계근무 중이던 주환기(22) 상병과 이태희(20). 이영호(21) 이병이 숨졌다. 군 수사기관은 주 상병은 붕괴한 건물 파편에 머리를 부딪치며 7m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지고, 나머지 2명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초소에는 평소 2명이 근무하지만 이날에는 최근 이 부대로 전입한 이영호 이병이 근무방식을 배우기 위해 합동근무를 서고 있었다. 손모(22) 병장은 “근무교대를 위해 초소에 가 보니 초소 지붕과 벽체 일부가 폭삭 주저 앉아 있었고, 이 이병 등 2명이 건물더미에 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초소는 소대급 경계부대인 소초에서 민간인 접근이 금지된 바닷가 쪽으로 300여m 떨어진 해안 절벽에 있다. 가로 4m, 세로 3m 크기의 슬라브 지붕에, 가로 2.6m 세로 2.4m 높이 2.5m의 철근 콘크리트조 건물이다.
군 관계자는 “사고 발견 30분 전에 ‘근무 중 이상 없다’는 보고를 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22일 오후 11시30분에서 자정 사이에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노후한 초소가 지붕 위의 모래주머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부대는 지난달 중순께 야간에 해안침투를 감시할 수 있는 열영상감지장치(TOD)와 서치라이트를 초소 위에 설치하고 주변에 10㎏짜리 모래주머니 40여개를 쌓아두었다. 그러나 70년대에 건립된 낡은 건물 위에 이처럼 무거운 장비 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부대 측은 건물 정밀진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부대 측은 최근 장마철과 태풍 갈매기의 북상에 대비, 안전점검을 한 뒤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소 건물 상태를 점검한 뒤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기록카드도 비치하지 않았다.
70년대 지어진 군부대 건축물의 상당수는 시멘트 배합비율, 철근 굵기, 배열 간격을 규정대로 하지 않은 부실 시공 사례가 많고, 해안 초소는 해풍으로 심하게 부식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나자 부대 측은 동일 유형의 관할 13개 초소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추가 사고 방지를 위해 23일부터 경계병들을 초소 바깥에서 근무토록 했다. 부대 측은 유족과 협의해 숨진 3명에 대한 영결식을 사단장장(葬)으로 치른 뒤 국립현충원에 안치할 계획이다.
고(故) 주 상병은 모대학 경찰행정학과를 다니다 지난해 1월 입대했으며, 나머지 2명도 대학에 다니다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입대했다.
포항=이정훈 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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