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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홀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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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홀짝제

입력
2008.07.2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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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한 방울도 안 나지만, 기름을 너무 많이 쓰는 나라. 그 나라 국민은 기름 잡아먹는 솜뭉치 같은 차를 몹시 사랑했는데, 기름값이 마구 오를 때면 꼭 하는 놀이가 있었다. 전시행정의 상징이라 말할 수 있는 그 놀이가 벌어지면 관공서 주변의 아파트단지, 병원, 상가 등의 주차장은 차량전시장이 된다. 고귀한 공무원들은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걷는 것도 힘들어서, “이놈의 지겨운 쇼, 한 달 정도만 시달리면 되겠지?” 자위한다.

집에 차가 두 대 이상인 공무원은 “거봐, 홀수 짝수 한 대씩 사길 잘했지” 하며 번갈아 타고 다닌다. “거봐, 홀짝 구애 안 받는 경차 한 대 예비적으로 사두길 잘했지!” 으스대며 출근하는 이들도 보인다.

도대체 왜 저런, 지키는 소수만 얼간이 취급 받고, 대다수의 요령 때문에 관공서 주변 사람들이나 피해를 볼까 기름 절약에 별 도움도 안 되는, 이상한 놀이를 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그래도 저희가 국민의 심부름꾼인데, 고유가 시대에 뭐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지요! 솔선수범 아닙니까. 지키려면 확실히 지키라고요? 어휴, 그런 끔찍한 말씀을! 고기 먹던 사람은 풀 못 먹어요. 자가용 타고 다니던 사람이 어떻게 대중교통을 이용합니까? 대중교통,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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