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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외교장관, 1시간 만남… 양자 외교전 더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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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외교장관, 1시간 만남… 양자 외교전 더 치열

입력
2008.07.2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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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싱가포르는 치열한 외교 전장이었다. 각종 양자 회담에 이어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회담 가동 후 5년여 만에 한자리에 모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은 회담장 안팎에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기싸움을 벌였고, 한국도 미국 중국 등과 외교장관 회담을 잇따라 열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 공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5시15분(현지 시각)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반얀홀로 함께 걸어 들어왔다. 사진 포즈를 취한 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양제츠(杨洁篪) 외교부장의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인사말로 역사적 회동이 시작됐다. 비록 회담 성격이 ‘비공식 회동’으로 격하됐고, 1시간여 만에 끝났지만 장관들의 만남 자체로도 의미는 컸다.

회동에서 6개항의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 합의에는 북한 비핵화 2단계(핵 신고 및 핵 시설 불능화)를 마무리하기 위한 각종 원칙들이 담겨 있다. 특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핵 검증 이행계획서 작성과 관련해 비핵화 실무그룹회의 개최를 제안했고,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동의한 뒤 다른 4개국 장관의 반대가 없어 합의가 된 것도 성과다. 물론 북미 간 검증을 둘러싼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이고 이번 북한 대표단에 핵 문제 관련자들이 한 명도 없어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도 있다.

한국은 북핵 문제뿐 아니라 금강산 사건, 독도 문제 해법을 찾는 데도 외교력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유 장관은 오전 한중 회담 자리에서 금강산 사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양 부장은 “불행한(unfortunate) 사건으로 남북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적극 협력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어 열린 라이스 장관과의 한미 회담에서도 진상조사단 방북 실현을 위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유 장관은 라이스 장관에게 독도 문제의 역사적 배경과 문제의 민감성,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고 라이스 장관은 이를 경청했다고 한다. 당국자는 “금강산 사건 진상 규명과 진상조사단 방북 문제를 중국과 협의하고 있고 미국도 금강산 사건에 대해 언론에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특히 박의춘 북한 외무상에게도 회동 직전 환담 시간을 이용해 금강산 사건 진상 규명과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 북측의 특별한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모습이다.

북한 대표단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눈길을 끌었다. 기자들의 취재 공세가 이어졌지만 다른 회담 때와는 달리 이를 피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북한 대변인 격인 외무성 리동일 국제기구과장은 “다음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전면적으로, 근본적으로 해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금강산 사건 관련 질문에는 “금강산 사건은 북남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 외무성에서 관할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넘어갔다.

다자회담 자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 외무상은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꾹 닫았다. 그는 대신 22일엔 싱가포르 카지노 건설 현장과 관광지 등을 둘러봤고, 이날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예방하는 등 대외 행보에 열중했다.

일본은 북일 간 납치자 문제를 또 들고 나왔고, 한일 외교장관 간 만남을 선전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일본 측은 양국이 심도 깊은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인사도, 악수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싱가포르=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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