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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쿠타가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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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쿠타가와 상

입력
2008.07.2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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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羅生門)> 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ㆍ1892~1927)는 35세 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이라는, 그야말로 막연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1년 전 오늘, 7월 24일이다. 자살 8년 전에 발표한 단편 <미생(尾生)의 믿음> 에 시사적인 문장이 있다. 중국 노(魯)나라 때 고지식하게 다리 밑에서 여자를 기다리다 익사한 미생의 고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나는) 밤낮으로 멍하니 꿈만 꾸는 세월을 보내면서, 그저 무엇인가 다가올 불가사의한 것만 기다리고 있다”는 진술이 말미에 나온다.

▦ 1주일 전에는 그가 부인과 자녀, 친구들에게 남긴 유서 4통이 일본근대문학관에 기증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서는 전집 등에 수록돼 내용이 알려져 있었다. 실물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아쿠타가와는 150여 편에 이르는 빼어난 단편소설과 자살로 유명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 덕분에 더 널리 알려졌다. 작가이며 잡지 <문예춘추> 사의 사주였던 친구 기쿠치 칸(菊池 寬)이 자살 8년 후에 제정한 상이다. 현재 상금은 100만엔. 신인들을 대상으로 매년 1월과 7월 두 번 발표되는 이 상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문학상이다.

▦ 아쿠타가와상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끈질긴 시도 끝에 아쿠타가와처럼 자살에 성공한 다자이 오사무(太宰治ㆍ1909~1948)는 첫 해에 <설국> 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등 심사위원에게 청탁편지를 보냈지만 끝내 상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에 발표된 138회 수상자 가와카미 미에이코(川上未映子)는 집안이 어려워 호스티스 아르바이트도 했던 31세의 여성가수다. 이 상을 받고 나자 잊혀졌던 앨범이 불티나게 팔렸다. 139회 수상자로 지난 15일 재일 중국여성이 발표되자 일본인들은 ‘일본문학이 일본어문학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라며 기뻐하고 있다.

▦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으로 상을 받은 양이(楊逸ㆍ44)는 22세 때 일본에 건너가 처음 일본어를 배운 사람이다. 재일한국인도 이회성 이양지 유미리 현월 등 4명이 상을 받았지만, 이들은 일본어가 모국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모국어가 아닌, 이른바 획득언어로 이룬 작품의 성공에 대해 일본인들은 ‘일본문학의 개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문학은 언제 한국어문학으로 발전하게 될까. 그 점은 일본이 부럽지만, 독도문제를 생각하면 문학에서는 개국을 하면서도 영토에 대한 억지와 야욕은 달라진 게 없는 일본의 두 얼굴이 겹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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