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 당 한때 150달러까지 육박하면서 세계가 오일쇼크와 함께 경제 침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오일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자원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자원ㆍ에너지 외교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대체에너지 개발이 본격 논의되면서 청정 에너지인 원자력, 즉 핵 에너지의 활용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소위 ‘핵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대체에너지로 부각된 바이오 연료개발이 곡물가격 급등의 주범이 되고 경제성 친환경성도 의문시되면서 다시 관심이 핵에너지로 쏠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전력생산의 36%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핵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
지난주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엔 군축자문위원회 제50차 회의에서 ‘에너지안보와 군축ㆍ비확산’이라는 의제 아래 원자력발전의 활성화문제가 논의됐다. 비핵 정책의 충실한 실천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으면서 원자력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핵 선진국들은 돈과 기술이 없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원전 활성화를 위한 국제협력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핵에너지는 극단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전력생산과 같이 평화적으로 이용될 수 있지만, 가공할 만한 핵무기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핵 비확산조약(NPT)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된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 등 5개국 이외의 모든 나라들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다는 조건 하에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은 NPT조약 당사국으로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권리라는 미명 하에 비밀리에 핵무기를 생산했거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척시키고 있기 때문에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다.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 또는 강화하기 위해선 북한과 이란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 추진에 악용했던 요소들을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첫째, NPT조약 상의 빈 틈을 보완하는 일이다.
북한처럼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척시켜 놓고 비핵 의무에서 벗어나는 NPT조약 탈퇴는 그 효력을 인정하지 말자는 방안과, IAEA가 어떤 나라의 비핵 의무 위반을 확인하기만 하면 유엔 안보리의 제재 발동을 자동화하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이란의 경우에서 보듯,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리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제조 양쪽에 모두 쓰이는 핵연료의 관리를 국제적 통제 하에 두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핵연료로서의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은 발전용으로부터 얼마든지 핵무기용 연료로 전환이 가능하므로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핵무기 개발의 의심을 받기 쉽다. 반면 순수하게 발전용 원자로에만 쓰겠다고 하는 경우 필요한 연료 공급이 제한 받지 않도록 하는 보장도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IAEA의 통제 하에 두자는 것이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하는 데는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악의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핵무기를 빨리 포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경제를 재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호진 주 핀란드 대사ㆍ유엔 군축자문위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