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섭 KBS이사의 돌연 교체와 정부ㆍ여당의 KBS사장 해임 추진설이 맞물리면서 정연주 KBS사장 퇴진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대통령에게 KBS사장 해임권이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KBS는 정부 산하기관”이라고 밝혀 정 사장 해임 추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검찰이 조만간 정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KBS이사회가 이를 빌미로 해임을 건의하면 청와대가 수용하고 새 사장을 임명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정 사장 해임 논란의 관건은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느냐 여부다. 방송법 문구만 따져본다면 대통령의 정 사장에 대한 해임은 불가능하다. 방송법은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제50조 2항)고만 규정하고 있고 해임에 대한 언급은 없다. KBS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이사 11명)는 사장 임명제청권을 가지고 있지만 해임 권한은 없다.
그러나 ‘사장은 …경영성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51조 1항)고 명시하고 있어 적자 경영 등을 이유로 사장이 문책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또한 사장의 임기보장도 명시돼 있지 않다. 법규만 놓고 본다면 “대통령의 KBS사장 해임이 가능하다”는 정부ㆍ여당 일부 인사의 주장은 일면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근거가 미약하기도 하다.
언론학계와 법조계도 두 쪽으로 나뉘어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해임 가능 주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아전인수식으로 법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권자가 임의로 해임한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대통령 측근을 사장에 임명하는 악습을 왜 답습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해선 정 사장을 쫓아내서는 안 되며 퇴진을 해도 정치적 입김이 배제된 투명한 평가를 거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변호사는 “방송법에 해임권이 명문화되어 있지않고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다”며 “임기 규정은 해임권에 대한 제한 취지로 볼 수 있기에 임명권을 근거로 한 해임권 주장은 무리”라고 밝혔다.
반면 최창섭(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장) 서강대 명예교수는 KBS사장의 임기보장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정 사장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최 교수는 “정 사장이 정치적으로 사장에 임명된 데다 경영성적도 좋지 않았고 친북좌파적 방송편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당연히 물러나는 게 국민정서에 맞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으며 편파방송에 경영에도 실패한 정 사장은 당연히 해임감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법원에 최종 판단을 맡기고 차제에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해 KBS 사장 임명과 해임 등에 대한 법규를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상재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법이 명확하지도 않고 선례가 없어 어느쪽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이사회에 (정 사장 진퇴에 대한)판단을 맡긴 뒤 이에 불만이 있으면 법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법률적 해석이 판이한 만큼 법원의 중립적 결정을 따르자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현행 방송법 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여야 합의로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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