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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들려도 유기농 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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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들려도 유기농 사 먹는다

입력
2008.07.2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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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이성희(38ㆍ충남 아산)씨는 ‘유기농 매니아’다. 6년전부터 식탁만큼은 유기농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득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치솟아 장보기가 겁나는 상황이지만, 유기농 식재료 만큼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씨는 “먹거리는 건강에 대한 투자인 만큼 외식비를 줄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유기농 제품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악화에 물가폭등, 금리상승까지 겹쳐 하루하루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가계살림. 주부들로선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수건마저 다시 짜야 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경제한파에도 끄떡없는 데가 있다. 유기농 시장이다.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인다는 ‘알뜰주부’들조차,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제품 가격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유기농엔 경기사이클도 없고, 불황도 없는 듯하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기농 업체들의 매출은 경기위축에도 불구, 급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제품들을 취급하는 ‘올가홀푸드’는 2003년 매출액이 125억2,900만원이지만, 올해는 500억원 돌파(예상액 559억원)를 낙관하고 있다. ‘한살림’ 역시 평균 10~20%의 매출 신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회원수가 전년 대비 55%나 증가했다.

이마트는 매장 안에 ‘자연주의 친환경’이란 유기농 코너를 운영중인데, 지난해 51개에서 올해엔 68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 유기농 상품 매출액이 100억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기농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창기엔 과일 채소류가 거의 전부였지만, 요즘은 쌀 두부 참기름 심지어 육류(무항생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유기농이 불황을 타지 않는 성장시장’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 식품 대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대상 청정원. O’food 브랜드를 내세운 20여종의 제품을 내놓았다. 지난 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2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제일제당도 유기농 제품 통합 브랜드를 발족시킬 계획인데, 올해 유기농 사업 매출액을 1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경기 흐름과 관계없이 유기농 제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먹거리 안전에 대한 인식 때문. ‘웰빙’ 바람, ‘패스트푸드’ 보다 ‘슬로푸드’를 선호하고 특히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옥수수 등 유전자조작제품(GMO) 수입까지 겹치면서 ‘다른 것은 줄여도 안전한 먹거리 만큼은 아낄 수 없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주부 권옥자(45ㆍ서울 우이동)씨는 “아무리 살림살이가 어려워도 가족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먹거리 비용은 줄이기 어렵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기농 제품은 처음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미 대중화 했다. 풀무원 식품안전센터장 김태석 박사는 “유기농 선호는 기본적으로 웰빙이라는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며 “내 소득 수준에 맞춰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유기농을 구입하려는 분위기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부장은 “유기농 제품의 강세는 이제 먹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황토 섬유 같은 의류 분야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유기농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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