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영업사원 김모(32)씨는 거울을 보다가 이와 잇몸 사이가 까맣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이쑤시개로 긁어 봤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는 그는 잇몸 조직이나 치아가 상한 게 아닌가 걱정돼 치과병원을 찾았다가 검은 물질이 단순한 치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입 안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는 몇 가지 색깔로 구분해 판단할 수 있다. 김씨처럼 치아와 잇몸, 점막이 검은색을 띄면 치석이나 충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잇몸의 흰색 반점은 궤양에 의한 상처일 수 있다. 구강질환의 증상과 대처법을 색깔로 알아보자.
■ 노란색 - 아직은 건강, 조금만 신경을
건강한 잇몸과 점막은 연분홍색이며 자연 치아는 옅은 아이보리색을 띈다. 그러므로 입 안에 두 가지 색깔만 있다면 아주 건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짙은 노란색이 보인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이는 치아나 혀 표면에 음식 찌꺼기와 세균이 뭉친 치태(치면세균막)가 끼었거나 치아 조직의 미세한 구멍으로 커피나 음료가 들어가 착색됐기 때문이지 질병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치태를 가볍게 여겨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양치질과 정기 스케일링으로 치태나 설태를 제거해야 한다. 치태가 남으면 치석이 생기기 쉽고 충치나 염증 등 각종 구강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나 녹차 등 차나 음료수, 흡연 등으로 인해 이가 누렇게 변했다면 스케일링으로 어느 정도 회복된다. 그러나 심하게 변색됐다면 스케일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치아 미백을 하면 된다.
■ 검은색ㆍ파란색 - 주의보, 병원에서 검사를
치석과 충치는 이를 검게 보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치아와 잇몸의 경계에 검은색 줄이 보이고 딱딱한 이물질이 느껴지면 치석이 오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치석은 치태가 오래돼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처음에는 노란색을 띠다 점점 검게 된다. 검은 치석은 잇몸 아래에서 치아 쪽으로 단단히 붙어 평소엔 잘 보이지 않다가 잇몸이 조금 내려앉거나 치석 덩어리가 커지면 보이게 된다.
치석은 잇몸을 들뜨게 만들고 염증과 치주질환을 일으키므로 빨리 제거해야 한다. 점착성이 강해 칫솔질로 제거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스케일링 치료가 필요하다.
치아 윗부분에 검은 점 같은 것이 보인다면 대부분 충치다. 충치는 치태 속 세균이 배설하는 산에 의해 치아가 손상되는 증상으로 어금니의 교합면에 주로 나타난다. 충치 치료는 검게 부식된 곳을 긁어내고 충전물을 채우는 방법이 사용된다.
뿌리까지 심하게 썩었다면 우선 신경 치료를 하며 그것으로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면 이를 뽑은 뒤 브리지나 임플란트로 빠진 치아를 대신하는 치료를 해 준다.
간혹 앞니 한두 개가 전체적으로 검은 빛을 띠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로 외상 때문이다. 치아가 충격을 받아 내부 혈관이 터지면 혈액 내 헤모글로빈이 치아에 착색돼 검게 보일 수 있다. 또 충격으로 인해 신경이 죽어 안쪽부터 치아 색깔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잇몸과 치아 경계가 파란색을 띠면 기존 보철물이 오래됐거나 금속 재질이어서 비쳐 보이는 것일 수 있다. 큰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보철물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외모에 신경이 쓰인다면 보철물을 올세라믹이나 엠프레스로 교체해주면 심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램브란트치과선릉 최용석 대표원장은 “검은색이나 파란색이 나타나는 증상은 치료가 시급하지는 않지만 방치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며 “늦기 전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빨간색ㆍ흰색 - 구강 건강 경보, 치료 서둘러야
구강 조직에서 빨간 염증이나 발적, 하얀 반점이 보이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구강 내 염증이나 발적은 치석으로 인해 잇몸이 곪아 생기기도 하지만 독성 물질이나 결핵,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곰팡이균 등에 노출돼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런 증상이 있다면 병원 진료를 통해 신속히 원인을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이후 증상에 따라 약물 치료와 스케일링 등을 병행하면 된다.
잇몸이나 구강점막이 움푹 파이고 흰색 반점이 생기면 구강 궤양일 수 있다. 구강 궤양은 면역력이 떨어져 생기는 병으로 한 번 발병하면 일주일 정도 지속되고 통증이
심하다. 상처 부위에 궤양 치료용 약제를 바르거나 레이저로 자르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염증이나 궤양이 3주 이상 지속되면 구강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구강 내에 흰색이 나타나는 이상 증상은 구강 칸디다증, 법랑질 저형성증 등일 수 있다. 구강 칸디다증은 입 속 전체에 하얀 막이 생기면서 허물이 벗겨지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입 속 곰팡이균인 칸디다균이 신체 면역 저하로 이상 증식해 발병한다. 주로 영ㆍ유아나 노인에게 많지만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어른에게도 나타난다. 양치질로 구강을 청결하게 해주고 항생물질이 포함된 의료용 양치액을 2주 이상 사용하면 호전된다.
법랑질 저형성증은 치아 표면에 푸석푸석한 흰색 반점이 나타난다. 태아 시기의 영양 결핍으로 인해 치아 법랑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별 지장은 없지만 치아가 얼룩덜룩해 보이므로 필요에 따라 레진과 라미네이트로 치료할 수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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