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소에 5분 늦게 나타났을 뿐인데 연신 미안하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잘한다는 칭찬을 마치기가 무섭게 "제가 뭘 잘해요"하며 까르르 웃는 것까지 뮤지컬 배우 윤공주(27)는 어딘지 모르게 들떠 있었다. 여배우 기근이라는 뮤지컬계에서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으니 행복감을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데뷔 7년차에 겨우 10편 남짓 출연했을 뿐이지만 대개 그의 몫은 주인공이었다. 다음달 12일부터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맨 오브 라만차> 의 알돈자 역으로 무대에 선다. 알돈자는 여관 하녀에 불과하지만 돈키호테에게는 둘도 없는 연인 둘시네아로 비치는 인물로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법한 개성 있는 캐릭터다. 맨>
"전 정말 복 받은 사람인가 봐요. 작년에 하면서 아쉬움이 많았던 공연이라 꼭 다시 하고 싶었는데 이리 빨리 기회가 오리라곤 생각 못했어요. 연습하다 해이해지려 하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작품'이라고 마음에 되새기죠."
지난해 선배 배우 김선영과 번갈아 가며 알돈자를 연기한 그는 이번에 혼자 총 51회 공연을 책임진다. 뮤지컬 배우로서 '윤공주'라는 브랜드 가치를 시험하는 무대인 동시에 만년 유망주에서 진정한 뮤지컬계 디바로 발돋움하는 계기인 셈이다.
"지난 5년 내내 유망주였잖아요. 이제 샛별은 그만해야 하는데.(웃음) 사실 전 유망주라는 말이 참 좋아요. 그만큼 발전 가능성을 높게 봐 주신다는 뜻이니까요."
막연히 남 앞에 서는 게 좋아 연극영화과를 갔고 대학교 입학 후에야 우연히 선배의 도움으로 뮤지컬을 시작했다지만 늦게 시작해 남들보다 빨리 정상급에 오른 비결에는 주위에서도 인정하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연습실에서 만난 <맨 오브 라만차> 의 연출자 데이비드 스완은 "윤공주는 대단한 노력파다. 단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이렇게 성숙되고 향상된 연기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맨>
"요령이 없어서 그래요. 타고난 것도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없어서 다른 사람은 한 번만 해도 알 수 있는 걸 전 열 번을 연습해 깨우쳤거든요. 주변에서 '개막도 하기 전부터 목소리 상하겠다'고 걱정도 하지만 그래야 마음이 놓이는 걸요."
그는 스스로를 오뚝이로 묘사한다. 요즘은 특히 점차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키워가는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앙상블 오디션에서 탈락해 배우로서 큰 좌절을 안겨 줬던 <아이다> (2005)만 해도 지금은 달리 생각한다고 한다. 아이다>
"<아이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후에 생각지도 못하게 <그리스> 의 주인공 샌디가 됐으니까요.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는 걸 믿어요." 그리스> 아이다>
가녀린 외모에 공주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알돈자를 비롯해 <지킬 앤 하이드> 의 루시, <렌트> 의 미미, <미스사이공> 의 킴처럼 굴곡 있는 인생을 표현하는 역할에 욕심이 많다. 의외의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해야 진짜 배우라는 생각에서다. 미스사이공> 렌트> 지킬>
꿈을 묻는 질문에 "그저 평생 무대에 서고 싶을 뿐 원대한 포부 같은 것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던 그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말문을 열었다.
"누구나 본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무대에 선 배우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공연 문의 1588-5212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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