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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노사화합에 달렸다/ (하) 선진 노사문화로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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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노사화합에 달렸다/ (하) 선진 노사문화로 극복하자

입력
2008.07.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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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대 초반 일본 업체들의 거센 도전과 경기 불황으로 허덕이던 폭스바겐. 93년 10억유로의 손실을 낸 폭스바겐은 같은 해 전체 종업원 12만명 중 5만명 감축과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투쟁 대신 상생을 택했다. 노사는 서로에게 소득보존 없는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2. 지난달 독일 최대 전기ㆍ전자업체인 지멘스 노사는 공장 해외이전 철회와 근로시간 연장에 전격 합의했다. 노조는 임금인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주당 35시간→40시간)으로 생산성을 높였고, 회사는 일자리 2,000개 보장으로 화답했다.

‘잘 나가는 기업’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창조경영, 혁신기술과 생산성 향상, 고객 중심 경영….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양대 축인 경영자와 근로자의 ‘상생’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많지 않다.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적인 경영기법으로 촌각을 다투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노사 관계가 틀어지면 공든 탑이 하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바른 노사문화 정착보다 경영활동에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실제 위기를 기회로 만든 많은 기업들이 올바른 노사문화 정착을 통해 ‘위대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 노사문화 정착의 전형으로 꼽히는 기업은 도요타자동차. 1950년대 초반 대규모 구조조정과 장기 파업으로 홍역을 치룬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회사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는 회사와 노조’라는 인식을 임직원들이 공유하면서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섰고, 지금도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기업의 노사 안정은 ‘자발적 협조체계’를 통해 이뤄졌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치 급등에 따른 불황이 엄습하자, 노조는 파업 자제를, 사용자는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노사의 자율적 협의 과정에서 상생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독일은 노ㆍ사ㆍ정 중심의 협의와 고통분담으로 노사관계를 안정시켰다.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노사는 인원감축과 공장폐쇄 대신, 임금인상 없는 근무시간 연장을 택하고 있다. 지멘스와 BMW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일부 기업에서도 이런 상생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 한때 강성노조의 대표주자였던 현대중공업이 17년 무분규 행진을 이어가고, 대한항공과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임금동결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사용자 측의 산별교섭 참여를 압박하며 부분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내달 초에도 근로조건과 무관한 문제로 완성차 업체에 대해 파업을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경제가 고유가 파고 속에 침몰해가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의 파업은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대차는 지금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어 선진 노사문화 정착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빅3’가 휘청거리고 있고, 그 사이를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5만대 이상을 팔아 사상 처음 4%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파업과 강경대응이라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노사가 한발 떨어져 상생을 생각해야 할 절호의 시점인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박사는 “기업 형태는 철저한 자본주의인 영미식을, 노조 방식은 경영참여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유럽형이다보니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지만,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선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수 기자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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