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때와 장소, 상대와 액수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뇌물수수 행태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구속된 강 전 장관은 장ㆍ차관 재직 시절이던 2005년부터 지난 2월까지 5개 해운업체와 3개 조합으로부터 모두 22차례에 걸쳐 9,2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액수 자체도 최근 들어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거액이지만 뇌물수수 행태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강 전 장관에게 주로 돈을 건넨 곳은 동양고속훼리, ㈜씨엘, 세광종합ENG, 위동항운유한공사, 국제통운 등 5개 해운업체였다. 명목은 여객선 운항 및 공사 수주 편의 제공 등으로 다양했다.
초기에는 보안에 극도의 신경을 썼다. 주로 한식당이나 호텔, 다방 등에서 은밀히 돈을 받았고 2005년 5월에는 서대문형무소기념공원으로 업체 관계자를 불러 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자 강 전 장관은 점점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강 전 장관은 차관 시절이던 2006년 5월과 7월 서울 종로구 계동 옛 해수부 청사 차관실에서 3차례에 걸쳐 뇌물을 받았고, 퇴임 직전이던 지난 2월에는 장관실에서 직접 돈을 받기도 했다.
금품공여 대상자와 액수도 가리지 않았다. 그는 대형기선저인망조합, 여수수산업협동조합, 부산항운노동조합에서도 업무 관련 편의제공 대가로 각각 300만~400만원씩을 받았다. 2005년 9월에는 업체로부터 단돈 5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뇌물 관리에 실패하면서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 강 전 장관은 상당액의 뇌물을 부인의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시켜 관리했으며, 수시로 돈을 빼내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수사과정에서 계좌의 존재를 확인한 검찰은 평범한 병원 직원 통장에 억대의 자금이 드나드는 것이 수상하다고 여겨 관련자들을 추궁했고, 결국 강 전 장관의 자백을 받아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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