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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언어학자대회 참가한 옥스퍼드대 수전 로메인 석좌교수 "다수-소수언어의 관계 대립 아닌 병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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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언어학자대회 참가한 옥스퍼드대 수전 로메인 석좌교수 "다수-소수언어의 관계 대립 아닌 병존… "

입력
2008.07.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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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에 존재하는 언어는 5,000~6,000여종. 하지만 급속한 세계화의 진행은 소수언어를 위기에 빠뜨리고 미래에는 100개 가량의 언어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남태평양 섬의 부족, 호주와 미국 원주민 등 화자의 숫자가 5,000명 미만인 소수 부족어의 멸절(滅絶)현상을 다룬 <사라져가는 목소리들> (2000)의 공저자 수전 로메인(57)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세계언어학자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번 대회에서 ‘언어인권: 국제화 세계속에서 인류발전과 언어다양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는 로메인 교수는 22일 고려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948년 유엔이 선포한 ‘인권’은 인종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권리는 강조하지만 소수언어자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관심은 반영돼있지 않다”며 “문화와 언어의 변별성은 인간 정체성을 정의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의 유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학술용어, 전문용어 등이 영어로 획일화되고 있는 추세를 특히 우려하며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학문적으로 실용적이며 창조적 사고력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언어를 알면 다양한 종(種)의 명칭을 습득할 수 있는 과학의 예를 들었다.

“예컨대 태평양 섬나라 어부들의 언어는 그 지역 특정한 물고기의 산란, 회귀, 이동 등에 대해 갖고 있는 그들 지식의 보고”라며 “영어만 할 줄 아는 어류학자라면 이 같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로메인 교수가 주로 연구한 대상은 다중언어공동체. 그는 다수언어와 소수언어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두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공동체에서 이들 언어의 병존은 필연적이며 다만 그 중 소수언어의 권리가 억압되지 않도록 힘쓰자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영어몰입교육에 관해서는 찬성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유럽에서도 최근 5세 이전에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 등 아동들을 다중언어사용자로 만들려는 노력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언어의 능숙도 향상을 위해서는 몰입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숫자에서 세계 12위권인 한국어의 위상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이런 식의 교육이 모국어를 위기에 빠뜨릴 우려는 없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기는 하지만 모국어는 가정에서 세대간에 전승되므로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그는 “ 다중언어 습득능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책상에 앉아 단어장을 외우는 방법보다는 몰입교육이 보다 효과적”이라며 “다만 몰입교육에는 전체과목을 영어로 하는 방법, 절반만 영어로 하는 방법, 과목별로 시행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 만큼 상황에 맞춰 이를 적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영어의 패권은 지속될 것인가? “정치력ㆍ경제력ㆍ기술력,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영향력 때문에 영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한 로메인 교수는 “그러나 인터넷사용자의 영어 사용빈도가 10년간 증가하다가 최근 감소하는 점에서 볼 수 있듯 영어 지배가 영원할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언어의 구체적인 보존방안에 대해 “호랑이를 동물원에 가두는 것이 진정한 보존책이 아니듯 언어를 학교에서만 가르치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 언어를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그(언어를 사용하는)공동체 보존에 대한 논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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