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독도 등대지기, 동도 첫 주민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독도 등대지기, 동도 첫 주민되다

입력
2008.07.23 00:19
0 0

두 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독도의 동쪽섬 가장 높은 곳에는 동해의 길잡이 독도등대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이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가 최근 동도의 첫 주민이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토해양부 소속 항로표지 관리 공무원 허원신(39)씨가 주인공이다. 격월 근무로 1년 중 6개월을 독도에서 사는 허씨는 일본이 중학교 사회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고 명기키로 한 다음날인 지난 15일, 울릉군청을 찾아 주민등록 주소지를 경북 포항에서 독도로 이전했다.

허씨의 새 주소는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30의 3. 등대 사무실에 딸린 3개의 방 중 허씨가 사용하는 방의 지번이다. 이로써 그는 독도리의 네번째 주민이자 동도의 첫 주민이 됐다. 현재 독도리에 살고 있는 김성도, 김신열씨 부부와 이 집의 세입자로 주민등록을 옮긴 편부경 시인은 서도의 주민이다.

허씨는 “일본의 도발에 온 국민이 분노했지만 특히 독도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분개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면서 “독도의 서도, 동도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 땅이란 걸 일본과 세계에 똑똑하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일반 회사를 다니다 지난 2006년 특채를 통해 9급 공무원이 된 뒤 지난해 3월 독도 근무 발령을 받았다. 그는 5명의 동료와 함께 3인 1조로 한 달은 독도 등대에서, 또 한 달은 포항에서 번갈아 근무한다.

그러나 격월 근무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거친 바다 날씨 탓에 배가 동도 선착장에 접안할 수 있는 날이 1년 중 50여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높은 파도가 그치지 않아 허씨는 50여일 동안 독도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더욱이 11월부터 2월까지는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중단돼 해경경비정의 도움을 받아야 근무 교대가 가능하지만 날씨가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등대 안에서 허씨 등에게 허용된 생활 공간은 사무실과 6.6㎡ 크기의 방 3개, 휴게실, 주방을 합쳐 86㎡(25평)에 불과하다. 크지는 않지만 육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가끔 잠자리를 제공하고 육지 소식을 듣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허씨는 동료 2명과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는데 비번일 때는 주로 낚시를 즐긴다. 그는 “노래방 기기도 있고, 위성TV도 연결돼 그리 심심하지는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편이자 1남1녀의 아버지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독도의 등대지기이자 동도의 첫 주민이라는 자부심으로 어려움을 헤쳐가고 있다. 내년 3월이면 2년간의 독도 근무가 끝나는데, 그는 가능하다면 계속 독도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유치원생인 딸 정민이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우리 아빠는 독도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고 했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미력한 힘이지만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데 계속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