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에서 자신의 정책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게 됐다. 헌법의 정부, 의회 분립 규정에 따라 금지됐던 프랑스 대통령의 의회 출석 및 연설권이 헌법 개정안 통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은 잔여 임기(2012년 7월)를 더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게 됐다.
의회 연설권 부여 등 프랑스 대통령의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안이 21일 의회에서 통과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는 이날 상하 양원 합동 회의를 열고 찬성 539표, 반대 357표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헌 충족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인 538표를 단 한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넘긴 것이다. 프랑스에서 개헌안은 국민투표가 필요하지 않으며 의회 승인만으로 효력을 발휘한다.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의회에 출석해 정부 정책에 대해 의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프랑스 헌법 사상 처음 도입된 것이다. 사소해보이지만 대통령의 정책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헌법 개정안을 주도한 인물은 사르코지 대통령 자신이다. 구조조정과 연금개혁, 군 감축 등 인기 없는 개혁정책으로 지지율이 뚝 떨어지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는 헌법 개정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사회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교섭단체를 갖고 있지 못한 군소 정당 의원들에게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20석에서 15석을 완화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했던 대통령의 임기(5년)가 1회 중임으로 제한돼 대통령 1인의 재임 기간이 10년을 넘지 못하게 됐다. 또 의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등 주요 공직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대통령은 4개월 이상 파병 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 못지않게 의회의 권한도 강화된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향후 국정을 소신대로 밀고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회당은 “헌법 개정안 통과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주어졌다”며 “프랑스가 독재정치 체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현재의 헌법은 대통령이 결정하고 총리가 책임지는 잘못된 구조”라며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랑스에서 이렇게 광범위한 내용의 헌법 개정이 이뤄지기는 1958년 제5공화국 이후 처음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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