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7일로 제헌절 60주년을 맞았다. 이제 대한민국의 헌법도 환갑이 된 셈이다. 제헌절을 전후해 한국 국회에서는 그룹 ‘소리아’의 퓨전국악 공연이 개최된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국회는 또 의장 자문기구로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연구 검토하는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미국은 1776년 7월 4일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에도 독립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헌법은 12년 뒤인 1788년 7월 2일에야 제정됐다. 그런데 전쟁의 고통과 참화 끝에 발표된 미국 헌법을 본 전세계는 깜짝 놀랐다. 그 당시만 해도 전세계 모든 나라가 왕이 다스리는 왕권제였고, 한국도 영조에서 고종(1800년)으로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으니 4년마다 한 번씩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다는 미국의 헌법은 실로 새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국민의 손으로 의원을 뽑고 그 의회에서 모든 법을 만들며, 대통령은 단지 의회에서 만들어 놓은 법을 집행한다는 원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선거라는 말은 그 개념조차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보다는 왕의 말이 곧 법이고, 왕은 대를 이어 아들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 돼 있었다. 그러니 새로운 헌법의 이념에 대해 미국 안에서도 반대하면서, 러시아에 가서 왕족을 불러다가 왕으로 추대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미국 헌법은 이런 논란 속에 탄생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주인이고 투표로 대통령과 의회를 뽑는 실로 참된 의미의 ‘민주정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삼은 헌법의 정신, 그리고 이에 따른 민주정치는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역사의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 것이 오늘의 미국, 세계 최강국 미국을 만든 기본 틀이다.
한국도 민주제도를 따라가느라 50년 동안을 갖은 고생을 한 끝에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 오늘날의 민주정치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어 자기 고장의 시장, 군수와 도지사를 직접 선출하고, 5년에 한 번씩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자리를 잡으면서 미국의 대통령제로부터 배운 민주정치가 마침내 뿌리를 내린 것이다.
미국 헌법이 강조한 민주정치 제도는 역사의 심판을 통해 최선의 정치 제도임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의 민주정치 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금도 계속 헌법의 규정 내에서 수백 개의 법을 통과시켜, 보다 나은 민주정치, 국민이 주인인 참된 민주정치를 추구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그러면 세계 최강국 미국을 만든 미국의 헌법 정신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는 바로 첫째, 인간은 동등하게 태어났으며(Born equal),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No one is above the law), 둘째, 누구나 유죄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이며(Everyone is innocent until proven guilty), 셋째,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삼권분립제도가 분명하며, 넷째,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내용으로 여겨지지만 이런 이념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그야말로 수많은 곡절이 있었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도 미국의 헌법과 거의 똑같다. 오히려 국민의 권리에 대해 더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고, 이는 민주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본 정신이다.
결국 오늘날 왕권제도는 사실상 모두 붕괴되었고, 대부분 나라들이 미국의 헌법을 모방하고 있으며, 심지어 마지막까지 버티던 소련의 공산주의마저 무너졌다. 중국도 차츰 공산주의 색채를 탈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나머지 반쪽인 북한에서는 이 같은 전세계적 흐름을 외면한 채 부자세습으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결국엔 수백만이 굶어죽는 비극의 나라,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미국과 한국의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국민의 권리에 대한 조항들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는 엄중한 것이며,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2장 10조부터 39조까지 30개의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무는 오직 2개, 병역과 납세 의무, 나머지 28조는 권리를 나열)를 명시했지만 미국의 헌법은 헌법 개정안 27개 중 첫번 10개의 개정안에 국민의 권리가 명시돼 있고, 이 열 개가 곧 국민의 기본 권리를 다루었다 해서 권리장전 (Bill of Rights)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간의 기본 권리가 네 개가 있으니 이들은 첫 번 개정안(1st Amendment)에 명시돼 있다. 바로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그리고 집회의 자유가 그 것들이다. 한 가지 우리가 유의할 점은 종교, 언론, 표현의 자유는 무조건 주어진 권리이지만 집회의 자유만은 조건이 있다. 집회는 반드시 평화적인 집회(Peaceably to assemble)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거리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위 때마다 시위대가 경찰을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보면서, 집회의 자유를 잘못 이해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