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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강산 피격' 희생양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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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강산 피격' 희생양 찾기

입력
2008.07.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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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결과 위법이 발견되면 사법처리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일주일 만인 18일 정부가 금강산ㆍ개성관광 사업점검 평가단을 구성했다고 밝힌 뒤 기자들과 통일부 당국자 사이에 오간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하루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현대아산의 책임 소재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후 "위법 발견 시 처벌은 원론적인 얘기"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정부가 현대아산을 압박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현대아산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금강산 관광이 10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현지에서는 긴장감이 사라진 측면이 많고 그런 느슨함이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만 뭔가 앞 뒤가 뒤바뀐 느낌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보호해야 할 1차적 책임은 기업이 아닌 정부에 있는 것 아닌가. 책임을 물어도 먼저 정부에 물어야 한다. 11일 박씨 피격사고 후 벌어진 보고체계 혼란, 북한을 진상조사로 이끌어낼 지렛대 하나 없는 정부의 무기력함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정부 당국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21일엔 그 동안 이뤄진 정부의 금강산 현지 안전점검이 정말 허술했다는 점까지 자인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금강산 관광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죄인처럼 현대아산을 몰아 세우는 것은 현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사건 이후 현대아산과 북측의 협의에 진상 규명의 기대를 걸다 이제는 남북협력기금 중단 운운하면서 겁박하는 것을 보면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 눈의 티끌 탓만 하는 정부, 책임을 면하려고 엉뚱한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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