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부실 계열사에 3,500억원을 부당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책금융자금을 부실 계열사 구제에 사용한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산업은행이 계열사인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를 정상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인수해 부당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54억원을 부과했다. 국책은행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04년 3월부터 1년여간 총 7차례에 걸쳐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만기 2~3년짜리 사모사채 3,500억원 어치를 4.79~5.86%의 낮은 금리에 인수했다. 산은캐피탈은 당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로 영업정지조치 등이 내려질 수 있는 처지였다.
당시 시장금리는 8~11% 수준이었던 데다 퇴출 위기에 놓여있던 산은캐피탈이 정상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평가기관인 한국신용정보는 산업은행의 장기 저리자금 지원 등을 이유로 산은캐피탈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고, 2003년 5월 ‘BBB-’였던 등급은 지난해 1월 ‘A+’로 5계단이나 뛰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요 산업에 대한 시설자금과 기술개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국책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부실 계열사 지원에 사용한 것은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경쟁력 있는 독립 중소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공평한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산은캐피탈을 지원한 것은 은행의 정책금융을 원활히 보완하고 부도 때 예상되는 금융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유사 신용등급의 다른 기업에 대한 지원금리와 비교해도 결코 낮은 금리가 아닌 만큼 곧 항소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공정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이 2006년 6월부터 6개월간 주식 매매를 위탁하면서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수수료율을 다른 증권사보다 높게 적용해 부당 지원한 혐의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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