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家寶)로 간직하며 혼자 즐기는 것보다 고국의 많은 어린이들이 나라의 상징을 보고 자라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1일 순수 북한산 호랑이 박제 표본을 국립생물자원관에 무상으로 기증한 재일교포 3세 박희원(62) 일본 나가노(長野)현 고생물학박물관장이 또렷한 한국말로 소감을 말했다.
박 관장이 기증한 북한산 호랑이 표본은 꼬리를 포함 몸길이가 197㎝인 5,6세 암컷으로 1975년 4월 북한측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박 관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본 나가노현 마쯔모토시 아리가사끼에 재일동포 자녀들의 민족교육을 위한 ‘나가노조선초중급학교’ 건립에 학교 부지와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가문의 보물로 간직됐던 표본은 2002년 이바라기(茨城)현 자연사박물관이 개최한 ‘코리아의 자연사’ 전시회에 출품됐다가 그 존재가 알려졌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올해초 박 관장을 만나 사실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박 관장이 무상 기증의사를 밝혔고, 표본은 일본정부의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출입허가 절차를 밟아 16일 한국에 들어왔다.
순수 한국산 호랑이 박제품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모 대기업과 개인들이 이를 구입하기 위해 박 관장과 접촉했지만 박 관장의 뜻을 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표본은 국내에서는 순수 한국산 호랑이 박제 표본으로 두번째지만, 한국 호랑이 연구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기존 전남 목포 유달초등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표본은 1910년대 잡힌 것으로 60여년간 방치돼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유영남 박제사는 “발톱과 이빨, 털의 상태를 보아 야생상태에서 포획된 것이 확실시된다”며 “30년 전의 북한 박제기술도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현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는 “한반도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아종이지만 작은 몸집 등 특징이 있다”며 “이번 기증으로 한국 호랑이의 형태적 특징과 유전적 분석이 가능해져 한국 호랑이 복원을 위한 기초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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