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어학자대회의 서울개최는 세계언어학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합니다.”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페렌 키퍼(77) 세계언어학자대회 상임위원회장은 21일 고려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68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세계언어학자대회 이후 이번이 9번째 참가”라며 “대회가 거듭될수록 중국어, 한국어 등 아시아의 언어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어에 대한 세계언어학계의 관심은 아직 중국어나 일본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 그러나 대회기간 중 열리는 총회에서 11명의 집행부에 이익환 연세대 명예교수가 포함되는 점에서 알 수 있듯 한국어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키퍼 위원장은 세계화의 확산에 따른 언어통일성에 대한 압박이 증대하는 것과 관련해 “언어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인류 자산 한 가지가 사라지는 일”이라며 “스코틀랜드ㆍ아일랜드의 켈트어나 일본의 아이누어 등 소수언어에 대한 연구ㆍ보존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8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자는 국내 일부의 영어몰입교육방안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국어 능력 배양 없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 점에는 찬성하지만,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 해도 영어가 모국어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헝가리 출신으로 90년대초 구 소련의 해체와 민주화의 영향으로 동유럽에 많은 민족 국가들이 들어서는 것을 본 그는 당시 각 민족들이 자신의 언어를 공용어로 써야 한다며 ‘언어전쟁’을 벌인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언어학자들은 일반인들과 달리 ‘이런 언어는 꼭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한 언어의 변화양상은 어떤지, 왜 그렇게 변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며 “언어학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런 대회를 통해 언어학자들이 거두고 있는 성취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독일과 프랑스 언어학으로 전공을 바꾼 키퍼 위원장은 현재 헝가리 학술과학원의 언어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위원장을 맡아왔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