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만 (조합원) 파업이고, 대우ㆍ쌍용은 간부파업이네요. 현대차도 간부파업만 하세요. 조합원이 봉인가요?”(2일 현대자동차 노조게시판)
“사용자가 산별 중앙교섭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대 노조가 힘으로 압박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17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강성’인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요즘, 근로조건 개선과는 동떨어진 이유를 놓고 파업을 강행하는데 대해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의 70% 가량이 소속된 완성차 업체 지부는 이달 들어 네 차례나 파업을 벌였다. 사 측이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주 이유였다. 중앙교섭이란 개별기업 노조 연합체(산별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한꺼번에 만나 교섭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산별교섭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노조원의 근로조건 개선과는 상관없이 노조의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돼 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금속노조는 올해 중앙교섭 협상 의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이라크 파병군 철수 등 정치 이슈를 올려놓았다. 특히, 산별교섭 구조는 경영 상황이 다른 기업들이 한꺼번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 교섭을 한 뒤, 다시 기업별로 추가 협상을 벌이는 등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사용자 측의 설명이다.
금속노조는 산별교섭이 파업기간 단축과 교섭기간 축소 등을 가져온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세력 규합을 통한 ‘파이 키우기’ 목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심지어 노조 내부에서조차 “왜 파업을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봉이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노사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노조가 수시로 파업을 벌임으로써 이달 중 발생한 현대ㆍ기아차의 생산차질액만 3,300억원에 이른다.
물론 우리 노사 문화가 모두 이런 것만은 아니다. 갈수록 나빠져가는 경영 환경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노사 상생을 일궈낸 사례도 있다. LG전자는 올해 2년 연속 임금 동결,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한때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삐걱거리던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도 수년째 노사평화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는 많지 않다. 여전히 ‘생떼형’ 노동운동이 유지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 노사가 협상을 진행 중인 ‘주간 연속 2교대’. 현대차 노사는 2005년에 근무형태를 현재의 주ㆍ야 2교대(주간 10시간ㆍ야간 10시간)에서 주간 연속 2교대(주간 8시간ㆍ주간 8시간)로 바꾸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운영안과 도입 시점을 놓고 아직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측은 근무제 변환으로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을 주ㆍ야 2교대 수준으로 높이거나 근무시간을 종전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근무시스템이 바뀌더라도 주ㆍ야 2교대 근무 때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단체협약 내용도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다. 현대차 단협은 사업 확장, 합병, 공장 이전, 생산물량 조절 등 회사의 고유한 경영활동에 대해서도 대부분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에는 거의 없는 조항들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은 “과거에 사 측이 조합원들의 믿음을 잃었다면, 지금은 노조가 너무 많은 것을 예측 불가능하게 요구하면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며 “금속노조의 경우 사 측에 일방적인 주장을 제기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며 노조의 유연한 자세를 강조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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