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 신모(여ㆍ20)씨는 요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여름방학 기간 학교에서 어학특강을 수강하는데, 매일 도시락을 챙기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학교 급식에 의존했던 신씨가 도시락을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학교 주변 밥값이 최근 1,000원씩 올랐다”며 “불황으로 쪼들리는 부모님께 부담을 줄 수가 없어 집에서 먹는 밥과 김치로 도시락을 싸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는 줄어드는 데 물가와 금리는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한파가 2008년 여름 대학 캠퍼스의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학생은 줄어드는 반면, 휴학을 하거나 군에 입대 하는 학생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2학기 학자금 대출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전에는 별로 인기가 없던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구직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H여행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세였던 대학생 배낭여행객 수가 올 여름 최초로 급감했다. H여행사 관계자는 “2000년 이후 대학생 배낭여행자는 매년 20% 이상 늘었으나, 올해 6, 7월에는 15%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모(K대ㆍ19)씨는 “4월까지만 해도 유럽으로 한 달 가량 배낭여행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고유가로 항공요금이 크게 오르고 집안 사정도 어려워져 포기했다”고 말했다.
여행 배낭을 포기한 대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대신 군대 배낭을 짊어졌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입영 희망자는 7만2,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4,200명)보다 13.5%나 증가했다.
중앙대 학생처 관계자도 “경기 침체 때문인 듯 휴학을 하고 군입대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올 상반기 휴학생은 지난해보다 300명 가량 증가했다.
물가와 금리 급등은 특히 서울에 올라와 자취하는 지방 학생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방학에 고향 집에 가지 않고 서울에서 지내는 지방 유학생이 많았으나, 올해는 음식비와 하숙비가 크게 오르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대 김경완(전기공학부 4년ㆍ28)씨는 “계절학기 수강자 외에는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올 여름 계절학기 수강 신청자는 지난해보다 600명 가까이 줄었다.
고금리 여파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자가 올 2학기에는 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학생들끼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학 홈페이지 구인난에 ‘호프집 새벽 아르바이트’, ‘고시원 청소총무 모집’ 등을 올려도 신청자가 별로 없었으나, 요즘은 게시하자마자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도 “구청 여름 아르바이트는 예전에도 인기가 높았으나, 올해에는 경쟁률이 10대1을 넘었다”며 “경기 침체로 대학생의 씀씀이와 근로 양태가 크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김혜경기자 thank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