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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트리스' 리뷰/ 19세기 佛귀족사회의 파격적인 삼각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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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트리스' 리뷰/ 19세기 佛귀족사회의 파격적인 삼각 스캔들

입력
2008.07.2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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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브레이야의 영화를 설명하는 문장들은 형용모순의 구조를 띤다. ‘극단적, 파괴적’이라는 말이 앞에 서고 ‘사랑, 페미니즘’ 따위가 뒤에 붙는다. 에로티시즘, 포르노그라피 같은 말이 정신분석학 용어와 뒤섞여 파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건 작가에 대한 예술적 긍정이 관객 입장에서의 불편함과 뒤섞여 나타나는 열상(裂傷)이다. 찬사이든 혹평이든 간에, 브레이야의 영화는 그것을 떠보는 문장에 반드시 상처를 입히고 마는 날카로움이 있다.

지난해 칸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된 <미스트리스> 는 시대극의 외피를 입었다. 배경은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귀족사회. 풍부해진 영화적 요소-코스튬 드라마의 화려한 분위기, 파리와 프랑스 해변의 고색창연한 풍광-로 인해, 영화는 전작들에 비해 대중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남녀관계와 여성의 욕망에 대한 브레이야의 노골적인 헤집기는 이 작품에서도 반복된다. 사랑이라고 뭉뚱그려진 삶의 양태, 그 바닥에 잠복한 음울한 본질이 발가벗겨진 채 꿈틀댄다.

1835년 파리, 사교계에서 바람둥이로 이름 난 마리니(푸아드 에트 아투)는 명문 가문 출신의 에르망가르드(록산 메스키다)와 결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10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온 연인 벨리니(아시아 아르젠토)에게 이별을 고한다. 마리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귀족사회는 이 결혼을 두고 수런거린다.

그러나 에르망가르드의 할머니는 마리니에게 마음을 열고, 마리니는 밤 새워 할머니에게 베리니와의 과거를 들려준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베리니는 마리니의 곁을 맴돈다.

애욕보다 처연함이 느껴지는 섹스, 편집증에 사로잡힌 듯 보이는 인물들의 언어와 사고, 그리고 19세기 귀족사회의 스노비즘을 현대적 감각으로 손질해 낸 영상들이 내내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브레이야 특유의 (아마도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면책됐던) 충격적인 어법들이 자기복제돼 나타나는 것은 다소 배린 느낌이다. 예컨대 가학과 피가학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여성의 심리, 적나라한 노출로 되레 에로틱함을 지워버린 섹스 같은 것들이다.

시대극이라는 껍데기도, 19세기 파리에 대한 감독의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크게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장치다. 브레이야의 날카로움은 살아있으나 그 칼끝은 심장이 아니라 허벅지 같은 곳을 후비고 만다. <미스트리스> 에 찍힌 상처는 여전히 아리지만, 치명상은 못 된다. 3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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