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선물(先物) 거래(미래에 정해진 때에 약속한 가격으로 사고 파는 것)가 21일 시작했다. 1999년 문을 연 금 선물시장에 이어 두 번째이자 돼지고기 선물로는 미국, 독일 다음으로 세계에서 3번째이다.
이날 거래는 호가는 391건, 실제 계약 체결은 125건 이뤄졌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하루 돈육선물 거래량이 3만 계약인 것에 비춰 미약하지만 첫날 치고는 괜찮다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돼지고기가 선물 시장의 2번 타자가 된 것은 변화무쌍한 돼지고기 값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해마다 쌀(8조5,300억원) 다음으로 많은 3조6,000억원 어치가 생산되는데 지난 3년 동안 하루 평균 가격 변동 폭은 7% 에 이른다. 생산 규모도 크고 현물 시장도 잘 만들어져 있어 선물거래 대상으로는 제격이라는 평가다. NHN투자 삼성선물 유진선물 등 3개 회사가 2년 동안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시장 연착륙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들쭉날쭉한 돼지고기 가격 폭락이나 급등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입었던 양돈농가나 육가공업체에게는 선물 거래를 통해 현물의 변동성과 위험을 줄 수 있게 된다. 양돈 농가로서는 돼지고기 값 하락에 대비해 현재 값에 선물을 팔아 손실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육가공업체는 돼지고기 값이 올라도 선물거래로 미리 정해놓은 값에 돼지고기를 사둬 평균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돼기고기 값이 올라도 이것이 바로 소비자 가격으로 반영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돈육 선물을 사고파는 대상은 매일 오전 10시에 나오는 ‘돈육대표 가격’. 직전 2일 동안 전국 11개 축산물도매시장의 경매 가격 합계를 거래된 전체 돼지무게(머리와 꼬리는 제외)로 나눠 계산한 kg당 돼지고기 평균 값이다. 축산물등급판정소 홈페이지(http://www.apgs.co.kr/)에 가면 매일매일 변하는 돼지고기 평균 가격을 알 수 있다.
선물 투자를 원하면 가까운 선물회사나 제휴를 맺은 은행에서 계좌를 열어야 한다. 현재 돈육선물 거래가 가능한 선물회사는 모두 11개이다. 기존 지수선물이나 국채선물 계좌로는 거래가 불가능해서 이들 계좌를 가진 투자자도 조금 번거롭지만 계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전화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고 결제는 계약 맺을 때 가격과 최종 결제 가격 차이를 현금을 주고 받아 이뤄진다. 오전 10시15분부터 오후3시15분까지 거래가 진행된다.
돈육 선물 1계약 당 거래 단위는 1,000kg이고 최소 가격 변동 폭이 5원이므로 5,000원씩 가격 변동이 생긴다. 양돈 농가가 돼지를 기르는 기간이 평균 6개월 정도임을 감안해 해당 시점에서 앞으로 6개월 치 선물이 함께 상장된다. 현재 ‘8월 물’부터 ‘2009년 1월 물’까지 나와있다.
물론 돈육 선물 거래 역시 분명 투자인 만큼 잘못 들이댔다가는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돈가나 유가공업체들은 돈육선물을 현물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손익에 대비한 ‘헤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현물거래 할 물량만큼만 거래를 해야지, 값이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는 예측만 가지고 필요 이상 거래했다가는 물건은 물건대로 선물은 선물대로 이중 피해를 입을 우려도 있다.
투기 세력이 끼어 들어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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