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수근
늘 해맑고 쾌활한 웃음을 보여주려 했던 수근아. 요즘 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지난주 ‘정수근 사태’가 매스컴을 장식하면서 내 주위 사람들도 “수근이가 왜 그랬냐?”, “혹시 뭐가 쓰인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올해 방송해설을 하면서 난 수근이 너와 자주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지. 올시즌 너의 달라진 모습, 특히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팬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단다.
올시즌 너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도 달라질 수 있었고,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누군가 “올해 롯데가 달라진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자신 있게 “정수근 효과”라고 답변했었다.
나도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생활했지만 프로야구 선수나 코칭스태프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정말 많지. 공인이기에 친구들과 편하게 어울리지도 못하고, 공인이기에 늘 말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절제’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프로선수라면 죽을 때까지 ‘절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젊은 날 한두 번의 실수는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수근이 넌 그 실수로 인해 너무 많은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야구선배이자 인생선배로서 그 점이 속상할 뿐이다.
어떻게 하겠니?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인 것을. 지금부터는 너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숙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또 너의 잘못을 속죄할 수 있는 봉사방법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살아 보니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더라. 한번 흘러가면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거지.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식 키우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몇 자 적어봤다. ‘정수근 사태’를 계기로 다시 태어나는 정수근이 되기를 바란다.
FROM 정환.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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