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스런 왕궁 생활도 이젠 옛날이여... .”
네팔의 공화제 이행에 따라 왕정이 폐지되면서 5월28일 퇴위한 뒤 왕궁을 떠난 갸넨드라 전 국왕의 ‘평민 생활’이 관심을 끌고 있다.
AFP 통신은 21일 경호원들과 전속 점술사 등 갸넨드라 국왕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인용해 그의 근황을 소개했다.
갸넨드라 전 국왕은 지난달 11일 왕궁에서 나온 뒤 수도 카트만두 교외 나가르준 이궁의 사냥용 숙소에서 머물러 왔다.
그는 시를 쓰거나 기도를 드리고 인터넷 서핑 등을 하면서 소일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갸넨드라 전 국왕은 수시로 주변의 숲을 산책하고 있다.
군 소속 경호원은 “갸넨드라 전 국왕이 대부분의 시간을 방갈로 안에 틀어박혀 보내고 있다. 때때로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아니면 책을 읽고 있으며 그곳은 항상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삼엄한 경비망이 펼쳐진 방갈로의 맞은편에서 노점상을 하는 칸차 시레스타는 갸넨드라 전 국왕이 사는 곳에는 거의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시레스타는 “몇몇 국왕의 옛 시종들 외에는 방문객이 없으며 갸넨드라 전 국왕도 숙소에서 외출하는 경우가 드물다. 1주일에 한 번이나 보름에 한 차례 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그는 61번째 생일을 맞이했으나 아들인 파라스 전 왕세자가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어 축하하러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이 쓸쓸히 보냈다.
갸넨드라 전 국왕의 바깥 출입도 대부분 카트만두 중심가에 위치한 나라얀히티 왕궁에 아직 거주하는 80대 노모를 문안 가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갸넨드라 전 국왕이 나온 뒤 박물관으로 바뀐 나라얀히티 왕궁에는 전 태후 말고도 90대 고령인 그의 할아버지 후궁이 살고 있다.
평민으로 돌아간 갸넨드라 전 국왕의 일상은 파라스 전 왕세자가 이달 초 싱가포르로 떠나면서 더욱 단조로워졌다. 파라스의 아내와 세 자녀도 가장이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다만 갸넨드라 전 국왕은 5월 자신을 축출하고 239년간 이어져 내려온 샤 왕국에 종지부를 찍게한 정당들이 새로운 국가원수 선출을 놓고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게 됐다.
3개 주요 정당이 각각 대통령 후보자를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19일 있은 의회 대선에서 당선자를 못내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켜온 정국 혼란을 종식시키는 데 실패했다.
네팔에서 갸넨드라 전 국왕에 대해서는 본인을 왕좌에 오르게 한 2001년 왕궁 대학살에 관여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동정 여론이 거의 없다.
갸넨드라 전 국왕은 당시 그의 조카 디펜드라 왕세자가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자 술과 마약에 취해 비렌드라 왕과 왕비를 비롯한 가족 대부분을 죽이는 살인극을 저지른 직후에 등극했다.
그의 영적 자문을 맡고 있는 점성술사 마다브 바하타라이는 “국왕이 금욕적인 생활 태도를 통해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하타라이는 “많은 이들이 실직하면 심장발작을 일으키거나 큰 쇼크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갸넨드라 전 국왕은 나라를 잃었지만 한치의 비통함도 보이지 않았다. 왕궁 밖에서도 얼굴에서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그가 평정을 찾았음을 내비쳤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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