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달 앞둔 예비신랑 소방관이 태풍 ‘갈매기’로 물이 불어난 하천에서 조난된 인명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21일 경기 광주소방서에 따르면 119구조대 최영환(32ㆍ사진) 소방교는 20일 오후 4시24분께 실촌읍 오향리 곤지암천(폭 40여mㆍ수심 2~3m)에 설치된 보를 건너던 트랙터가 하천 중간에서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넘어지면서 2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소방관 4명과 함께 출동했다.
최 소방교는 사고지점에서 트랙터에 매달려 있던 유모(65)씨를 구하기 위해 안전로프를 맨 채 물살이 약한 트랙터의 아래쪽으로 접근했으나 순간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지켜보던 동료 소방관들이 뛰어들어 최 소방교를 소용돌이 밖으로 밀어냈지만 급류를 따라 700여m를 떠내려 갔다. 최 소방교는 오후 5시40분께 동료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돼 즉시 분당 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1일까지 밤늦게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뇌파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환자에 대한 정확한 상태가 판정될 것”이라며 “뇌사 등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2000년 8월 소방관에 입문해 용인시 동천동에서 남동생(28)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최 소방교는 다음달 30일 결혼식을 앞두고 사고 전날 결혼사진 촬영을 마치고 근무를 서다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편, 트랙터에 매달려 있던 유씨는 뒤늦게 도착한 크레인을 이용해 무사히 구조됐으나 또 다른 한 명인 트랙터 운전자 윤모(54)씨는 급류에 900여m 가량 휩쓸려 떠내려간 뒤 하류에서 구조됐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