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31일째 주식을 팔아치웠다. 연속 순매도 기록경신도 충격적이고, 처분한 주식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더 불길한 것은 매도 배경이다. 지금까지는 미국경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로 인해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이젠 한국경제(경기침체+기업실적악화)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좀처럼 역류시키기 힘든 ‘셀 코리아’(Sell Korea) 행렬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31거래일째 순매도를 기록했다. 2005년의 종전 기록(24일)을 깨고 ‘연속 매도 최장기록’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순매도 누적금액도 8조4,947억원으로, 올 1월의 이전 기록(8조6,144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코스피지수(1,562.92)는 50포인트 넘게 올랐다. 그런데도 외국인은 오전 한때 사는 시늉만 했을 뿐 결국 1,96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최근 일평균 순매도 액수(1,700억~2,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오늘 같은 장에도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했다면 더 이상 추가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주식을 파는 데는 다 이유가 있고, 단순하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미국발(發) 신용위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해외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들이 환매요청에 직면하자 현금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는 것. 이 경우, 아무래도 위험성 높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주식부터 팔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한국증시가 집중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2년5개월 만에 첫 순매도(월간 기준)를 기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도보은 금융감독원 시장분석팀장은 “유럽계 은행들이 신용위기가 확산되자 달러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매도를 확대한 게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즉,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금을 마련키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외국인이 떠나는 것은 신용위기 탓만이 아니라, 한국자체를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는 경기선행지수의 고점 시기부터 시작돼 경기 둔화국면에서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외국인의 매도는 (미국 신용위기 뿐 아니라) 국내 경기둔화 및 불확실성의 증가와도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가 공(空)매도(주식이 없는데 빌려 파는 것) 추이다. 하루 평균 2,000억원 어치의 주식 공매도 중 외국인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남의 나라 주식을 빌려서까지 내던진다는 것은 하반기 한국경제를 그만큼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이 외부변수가 아닌 우리에게 있다면 글로벌 신용경색이 해소된다 해도 외국인의 귀환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주식시장 미래도 낙관하기 어렵다. 오 파트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유가 및 물가 급등 각종 악재에 노출된 새 정부와 중앙은행이 그간 ‘성장이냐 물가냐’로 우왕좌왕했는데 앞으로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심이 늘고 있고, 설상가상 기업의 하반기 실적도 자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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