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대리는 출장명령을 받았다. 시내 두 곳과 변두리 한 곳의 거래처를 돌아야 했다. 콜택시를 불러 비밀번호를 대고 사무실을 나서니 기사가 대기하고 있다. 뒷자리에 느긋이 앉았는데 에어컨도 이미 가동 중이다. B부장은 먼 곳에서 자신을 만나러 오겠다는 고객의 연락을 받고 콜택시를 찾았다.
승용차가 고객의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만족해 하는 고객을 자신의 사무실 현관에서 만났다. C이사는 손님 접대를 위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콜택시를 불렀다. 이미 현금을 다 써버렸지만 걱정은 없다. 집 앞에 내려 사인만 해 주었다.
■신혼여행 때 맛보았던 ‘전세택시’나 ‘관광택시’가 아니다. 기업체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업무택시’다. 여기저기 궂은 장소의 출장도 마다 않고, 먼 곳에 있는 고객을 모셔오기도 하며, 새벽이나 심야엔 출ㆍ퇴근까지 도와 준다. 전용 기사가 딸린 충실한 회사차이며 완벽한 자가용 승용차다. 손수 운전자인 D사장은 음주를 했을 땐, 콜택시 기사에게 대리운전을 맡기기도 한다. 서울시가 기업체들이 전용 회사차 대신 이러한 업무택시를 이용토록 장려하고 있다. 갈수록 반응도 좋다고 한다. 고유가 시대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공용차 대신 업무택시를 활용키로 하고 시범 운용 중이다. 8월부터는 모든 중앙부처가 자발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일반 회사의 업무택시 제도를 원용한 것으로, 각 부서에 비치된 ‘업무택시 카드’로 결제한 뒤 매달 초 정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공용’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상시 대기ㆍ운영하는 공용차와 비교할 경우 비용을 20%대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공무의 성격 상 전반적으로 확산시킬 수야 없겠지만 2부제 실시에 대한 보완, 공용차 증차 억제, 주차난 및 교통혼잡 해소에 적지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업무택시 제도를 도입할 경우 무엇보다 사용 내역이 투명해진다는 이점이 추가될 것이다. 정부와 콜택시회사의 전산망이 고전적인 ‘배차실 기록부’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공무원 업무택시가 일반화한 일본에서 지난 달 있었던 스캔들을 상기한다. 재무성 직원들이 업무택시 기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현금과 상품권을 받았다는 것인데, 엘리트 공무원이 ‘벼룩의 간을 빼먹었다’는 분노로 전국이 들끓었다. 이례적으로 총리까지 나서서 “언어도단”이라고 분개했다는데, 정부 예산을 공돈으로 여기는 우리 현실에선 어떻게 될는지.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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