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교육감 주민 직접 선거가 교육계의 핫이슈임에 틀림없지만, 교육 관료들이나 대학 교수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교육전문가로 분류되는 이들의 관심사는 보수 성향의 공정택 후보와 진보쪽에서 미는 주경복 후보, 아니면 이인규 후보 등 제3의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가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주무르는 ‘3인방’에 저울의 추가 잔뜩 기울어져 있다. ‘교육 3인방’은 안병만 교과부 장관 내정자,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김정기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일컫는다.
‘3인방’에 시교육감 선거 이상의 초점이 모아지는 이유는 뚜렷하다. ‘전임 3인방’의 엇박자와 실패가 뼈아팠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무시한 채 특정 개인에 의해 교육정책이 좌지우지된 폐해를 다시 경험하는 것은 끔찍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법 하다. 교과부 장관이 차관급인 청와대 교육과학수석의 기세에 눌려 힘 한번 쓰지 못하는, ‘종이 장관’이 된 악몽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었을 게다.
그렇다면 ‘후임 3인방’은 순항이 가능할까. 매끄러운 팀웍으로 헝클어진 교육을 깔끔하게 단장할 수 있을까. 철저히 시스템에 바탕을 둔 정책 입안 및 추진을 성사시킬 수 있을까. 교육계는 ‘기대반, 우려반’ 분위기가 뒤섞여 있는 것 같다.
‘3인방’의 맏형 격인 안병만 내정자가 일단 가장 큰 짐을 떠안은 모양새다. 청와대에 끌려다니고, 섣부른 교육정책 추진으로 교원 및 학부모단체로부터는 불신을 받는 등 만신창이가 된 위기의 교과부를 구하는 게 그의 첫번째 임무다.
국회 청문회를 앞둔 안 내정자는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 합동청사에서 매일 ‘열공’ 중이다. 교과부 간부들이 번갈아가며 개인교사로 나서 여러 교육현안을 설명하고 있는데, 수험생 못지 않은 열정으로 습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안 내정자의 트레이드 마크는 ‘신중’과 ‘열성’이다. 교육 수장으로 갖춰야 할 최대 덕목을 자연스레 보유했다. 그렇지만 이런 장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경우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교육은 때론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흔치 않게 닥치기 때문이다. ‘장고’는 괜찮지만 ‘장고 끝 악수’는 곤란하다.
정진곤 수석은 사석에서 공직 진출 바람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인물이다. 어렵사리 ‘꿈’을 이룬 정 수석으로서는 이주호 전 수석의 행보를 세심히 들여다보면 ‘해법’을 찾기란 어렵지 않을 듯 싶다. 교과부와 청와대의 명확한 역할 분담만 담보된다면 정 수석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그는 안 내정자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된다. 교과부의 정책 추진을 조언하고 측면 지원하는 ‘도우미’에 그치는 게 정 수석이 생존하는 길이다.
김정기 교육비서관은 ‘새 정부의 희생양’이었다. 옛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를 지낸 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행정고시 동기 2명과 함께 100% ‘타의’에 의해 옷을 벗었으나, 5개월여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어쩌면 김 비서관이 느끼는 중압감은 안 내정자나 정 수석보다 훨씬 클지도 모를 일이다. 교과부와 청와대 간의 가교 임무가 주어진 탓이다. 때론 교육분야 정무 역할도 마다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교육에 유독 들어맞는 불변의 법칙이 한가지 있다. ‘일방통행식 추진= 백전백패’다. 정권을 지나오면서 이 법칙이 빗나간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교육 3인방’은 이래저래 시험대에 올라있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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