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번영기를 이끌던 '호민관'(護民官)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부활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의원 38명이 22일 오후 2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귀빈식당에서 모여 '호민관 클럽'을 발족한다. 로마시대 호민관들이 귀족 횡포에 맞서 일반 시민의 권익을 지켰다면, 대한민국 호민관의 임무는 진정한 의미의 '민생 법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호민관 의원들이 민생 법안의 소재를 찾는 곳은 어디일까.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가 법안의 원천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시민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안한 크고 작은 생활개선 아이디어가 2,000개가 넘는다"면서 "호민관 의원들이 이를 정책에 활용하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대 국회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호민관 클럽'의 싹은 5월22일 움트기 시작했다. 당초 친목 도모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박 이사가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국민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전달할 테니 옥석을 가려 법안으로 만들어달라"고 제안했고, 의원들이 선뜻 동의했다.
곧바로 '호민관 클럽' 정식 발족을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 했고, 6월초에는 각 정파를 대표하는 공동대표로 김영선(한나라당) 이미경(민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정해졌다. 이후에도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의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정식 발족을 이틀 앞둔 20일 현재 회원 수는 38명으로 늘었다.
이 중 26명은 초ㆍ재선 의원이지만, 남경필(한나라당ㆍ4선) 천정배(민주당ㆍ4선) 의원 등 관록을 갖춘 3선 이상도 12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선언한 '호민관 클럽'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대 담론보다 민생 법안으로 교감하는 정치"라며 "호민관 의원들이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5)씨도 "정파적 이해 때문에 다투기만 하던 의원들이 모처럼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 같다"며 "주택 자동차 등 우리 주변의 불합리한 법규를 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희망제작소 관계자는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 상단 사회창안센터로 들어오면 누구나 손쉽게 호민관 의원들에게 입법 관련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정당별 호민관 클럽 참가 의원(가나다순·20일 기준)
▲한나라당(18명)= 강승규 권영진 김금래 김성식 김영선 나경원 남경필 박 진 신성범 여상규 원희룡 원희목 이종구 이성헌 이한성 장광근 조해진 현기환)
▲민주당(17명)= 강기정 김부겸 김성순 김재윤 박선숙 박영선 백원우 오제세 원혜영 유선호 이광재 이낙연 이미경 이종걸 이춘석 조정식 천정배
▲민주노동당(2명)= 권영길 이정희
▲창조한국당= 문국현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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