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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떼 지어 온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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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떼 지어 온 불행

입력
2008.07.2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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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호 태풍 갈매기가 몰고 온 비가 잠시 그친 사이 온갖 매미 소리가 요란스럽다. 여름은 매미를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매미 중 가장 먼저 울어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녀석은 털매미다.

6월 중순부터 포플러 같은 큰 키 나무에서 ‘쓰유~~’하고 길게 우는데 긴 호흡의 고저 음정 변화가 있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매앰 매앰~’하고 전형적인 매미 소리를 내는 놈은 참매미다. 7월 초부터 우는데 가까이서 들어도 별로 시끄럽지 않아서인지 친숙하다. 쓰름매미는 ‘쓰으름~ 쓰으름~’ 하고 운다.

▦ 매미 중 가장 작아 애매미로 불리는 녀석은 여러 단계로 음을 바꾸어 가며 운다. 도입부에서는 ‘씨유~쥬쥬쥬쥬~’ 하다가 ‘쓰와 쓰와 쓰 쥬쥬쥬쥬~ 오오 쓰 쥬쥬~오오 쓰 오오 쓰 오오쓰’로 전개한다. 이어 ‘히히히쓰 히히히히히~’로 변화를 주었다가 ‘씨오츠 씨오츠 씨오츠’로 클라이막스를 이룬 뒤 종결부에서 ‘츠르르르르~’로 마친다. 도입-전개–발전-결론으로 이뤄진 한 편의 논설인데 한 곡조에 1분 가량 걸린다. 말매미는 몸집도 크지만 ‘짜라라~’우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숫제 소음이다. 여러 놈이 떼지어 우는 탓에 한층 더 시끄럽다.

▦ 말매미는 대개 하나가 울면 다른 녀석들도 따라 떼지어 우는 속성이 있다. 찜통 더위 속에 말매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떼지어 온 이명박 정부의 시련이 떠오른다.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 파동에 이어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 독도 파문 등 어느 것 하나도 만만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집권 여당의 대표는 이를 화불단행(禍不單行)의 형국이라고 했다. 불행과 화가 겹쳐오는 것은 그냥 경험법칙일 뿐이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꼭 잘못된다는 머피의 법칙이나, 그 반대로 좋은 우연이 겹치는 샐리의 법칙도 일종의 경험법칙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는 샐리의 법칙 수혜자였다. 불리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를 가려주는 대형 사건이 터지곤 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좋지 않은 일의 연속이다. 운명의 신이 떠난 것일까. 하지만 쇠고기 문제는 서두르지 않았다면, 금강산 사건은 새 정부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감안해 좀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독도 문제는 과거사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섣부른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잇단 시련은 성경적으로 말하면 장로 대통령 정권의 교만을 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인지도 모른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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