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엊그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패니와 프레디를 살려 달라”고 미국 의회에 요청했다. 오누이같은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기에? 앞서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위험에 처한 두 아이를 구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FRB 산하 뉴욕연방은행 재할인 창구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자금을 지원하고, 재무부가 제공하는 신용한도를 확대하며, 필요할 경우 정부가 직접 부양하겠다고 나섰다. 부시의 요청은 어떤 경우에도 두 아이가 배를 곯고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의회가 대책을 승인해 달라는 것이다.
▦ 두 아이의 본명은 패니 메이(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이다. 연방 저당권협회와 연방 주택금융회사의 약자인 FNMA와 FHLMC를 부르기 쉽도록 재치있게 변형한 것이란다. 12조달러를 넘는 미국 모기지 시장의 절반(5.2조달러)을 점하는 양대 모기지업체인 두 회사의 현재 법적 지위는 사적 주식회사다. 그러나 양자 모두 의회 인가를 받아 탄생했고 공적 성격도 강해 종종 국책 금융기관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이처럼 중요하고 큰 회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후폭풍을 맞아 휘청거리니 전 세계가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다.
▦ 미국 정부가 급한 불은 껐지만 뉴욕 월가는 이번 대책의 타당성과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사적 기관의 경영 잘못으로 초래된 부실을 정부가 떠안는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식 사회주의’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는 골드만 삭스 CEO를 6년이나 지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있다.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처음 터지기 6개월 전인 2006년 7월 취임하면서 “내 경험상 세계 경제는 역사상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호기를 부렸다. 그런데 미국 경제의 명줄을 쥔 패니와 프레디까지 수술대에 올랐으니 시장이 불신할 만도 하다.
▦ 이런 소란 속에 한때 “한국은행이 두 아이에게 크게 물렸다”는 소문이 나돌아 해명소동이 벌어졌다.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 채권에 한은이 400억달러 안팎의 외환보유액을 투자했는데, 이들이 흔들거리니 자칫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은 “미국 모기지 보증시장의 50%를 점하는 두 회사가 잘못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공황에 빠질 것”이라며 두 채권의 신용등급이 미국 국채와 같은 ‘트리플에이(AAA)’라고 강조했다. 비록 투자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패니와 프레디가 우리 안방까지 들어와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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