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활을 쏘는 발사대 바로 옆까지 크게 들려 왔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는 태극 궁사들의 활 시위를 거슬리게 했다. 때마침 찾아 온 폭염까지 베이징의 무더운 날씨와 흡사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에서 열린 양궁대표팀의 ‘미디어 및 소음적응훈련’은 베이징 현지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벽했다.
대한양궁협회와 대표팀의 치밀한 준비는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가상 훈련장 폭을 베이징올림픽 양궁장과 똑같이 14m로 맞춰 제작했고, 발사대와 관중석까지의 거리(약 4m)도 비슷했다.
관중석의 벽 색깔까지 베이징 양궁장처럼 붉은색으로 꾸몄고, 관중석 위쪽에 펄럭이는 깃발도 현지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었다. 경기 중간에는 시도 때도 없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인기 그룹 원더걸스의 ‘SO HOT’ 등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베이징올림픽 양궁장은 발사대 뒤쪽과 양 옆 등 3면이 관중석으로 둘러싸여 있고, 발사대와 관중석 간의 거리가 4,5m로 아주 가깝다. 소음에 가까운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소리는 불 보듯 뻔한 일.
베이징올림픽 금 과녁 조준을 앞두고 최종 현지 적응 훈련을 택한 이유였다. 실력만 놓고 보면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각종 변수와 텃세에 대비한 훈련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인근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이 대거 찾아 약 400석 규모의 관중석을 가득 메워 대표팀의 적응훈련 ‘도우미’를 자청했다. 사진기자 10여 명은 일부러 발사대 바로 앞쪽에 자리잡고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테네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표팀의 맏형인 박경모(33ㆍ인천 계양구청)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훈련만 하다가 중국의 관중과 취재진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면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슷한 환경에 미리 적응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평가전 첫날 경기 여자 개인전에서는 주현정(현대 모비스)이 윤옥희(예천구청)를 연장 접전 끝에 꺾고 1위에 올랐고, 이어 열린 남자 단체전에서는 국가대표팀이 아시아서킷팀을 226대212로 이겼다. 여자단체전에서도 국가대표팀이 청원구청을 226대212로 가볍게 눌렀다.
이날 훈련에는 전지훈련차 한국을 찾은 멕시코 양궁대표팀 관계자들도 한국의 훈련을 유심히 관찰하는 등 양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